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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라’ 코앞인데…현기차 목표가는 후진?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이달 현대차·기아 목표가 하향

반도체 대란에 실적 부진 전망

테슬라는 벌써 두차례 가격 올려

공급망 확대 등 자구책에 상승세

정의선(왼쪽 여섯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 16일 브카시시(市)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 준공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들이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목표 주가를 잇따라 대폭 낮췄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차와 기아가 공급망 이슈와 원자재 값 상승으로 생산 차질과 수익성 감소에 직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테슬라는 ‘천슬라’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테슬라는 니켈 광산과 직접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차질에 대비한 데다 원가 상승을 차 값에 바로바로 전가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떨쳐낸 것이 현대차·기아와는 다른 주가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반도체 등 부품 공급망 문제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현대차·기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미국의 테슬라가 여러 악재에도 1000달러를 넘나들며 ‘천슬라’의 맹위를 떨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골드만삭스는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기존 28만 5000원에서 20만 원으로 단번에 30%나 낮췄다. 맥쿼리는 목표 주가를 26만 원으로 유지하다가 같은 날 20만 원으로 떨어뜨렸다. 영국계 HSBC도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일까지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33만 원으로 정했으나 불과 한 달도 안 지난 22일 3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2일까지 22만 원의 목표 주가를 유지하다가 17일 19만 원으로 내렸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기아의 목표 주가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8월 기아의 목표 주가를 11만 원이라고 밝혔으나 18일에는 9만 원으로 낮췄다. HSBC는 3일까지 12만 8000원의 목표 주가를 유지하다가 이달 22일 11만 8000원으로, 모건스탠리 또한 9만 원에서 8만 원으로 낮췄다.



현대차와 기아의 최근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종가 기준 26만 7500원까지 치솟았지만 3월 16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그 이후 17만 원 내외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10만 2000원까지 상승했던 기아의 주가는 6만 원대로 내려온 뒤 7만 원 내외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4일 현대차는 17만 6000원, 기아는 7만 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현대차·기아의 목표 주가를 낮춘 배경은 대외적 이슈가 계속 겹쳤다는 점에 있다. 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고 유가 상승으로 신차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 이날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가 부진의 이유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 “올해 들어 금리 인상, 글로벌 양적완화 축소, 반도체 공급난, 러시아 사태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라며 불확실한 대외 환경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반면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주가가 승승장구하며 성장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100달러를 돌파했던 테슬라는 대외적 이슈가 겹치며 한때 700달러선까지 내려왔지만 이내 1000달러를 회복했다. 23일(현지 시간) 테슬라는 999.1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독일에 유럽 첫 공장을 가동하는 등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차별화된 주가 흐름의 발판이 됐다고 분석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등 다른 기업은 공급망이 흔들리는 등 대외 이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테슬라는 유럽 공장 가동 등으로 대외 이슈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며 “성장 측면에서 차별화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불확실한 대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가격을 올리며 원가 부담을 낮췄다. 아울러 지난해 세계 4위 니켈 광산 업체와 직접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각화를 꾀해 불확실성에 대비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선뜻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곧바로 가격 인상을 한 테슬라와 달리 현대차·기아는 기존 대(對)고객 할인을 줄이면서 원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지만 매출 증가 폭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테슬라는 단단한 수요를 바탕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판가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며 “반면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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