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하고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5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일제히 올랐는데요. 나스닥이 1.93% 상승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3%와 1.02% 뛰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우리도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없었지만 미국이 좀더 명확한 레드라인을 긋기 시작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백악관은 내일 유럽의 에너지 안보증대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감소를 위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이는 세계가 미국와 유럽 중심의 서방과 러시아와 중국 등 경쟁세력으로 나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짚어드린 블록화·대결구도화가 강해지는 모습인데 마침 이날 월가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는데요. 오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갖는 또다른 함의와 미국 내에서의 소비 논쟁, 금리인상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냉전에서 벗어난 1990년대가 막대한 이익 얻었던 때”…세계 경제 흐름이 바뀐다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10조 달러가량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회장 래리 핑크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30년 간 지속돼 왔던 세계화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은 천연가스와 원유 같은 에너지 안보를 걱정하게 됐고 생명선인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거나 동맹에서만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만들었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0%가량을 차지하기도 하는데요. 밀 수입을 못하게 되거나 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요. 니켈 같은 주요 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비싸더라도 자국에서 생산하거나 동맹에서만 들여와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지게되는 겁니다.
역사를 보면 1991년 옛 소련의 붕괴 후 세계화는 더 큰 탄력을 받았습니다. 러시아와 동구권 국가들에도 서방 자본이 들어갔고 글로벌 기업은 생산과 판매를 늘릴 수 있었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세계화에 가속도를 붙였는데요. 어디가 됐든 노동력이 값싼 나라에서 생산하고 이를 수입해 쓰는 글로벌 분업체제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됐던 거죠.
내가 빵과 우유를 다 만들기보다 자신있는 빵만 내가 생산하고 우유는 수출하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우유 생산에 강점이 있는 나라는 빵은 다른 나라에서 가져다 쓰는 거였는데요.
이제 이런 세계화가 끝나게 됐다는 게 핑크 회장의 진단입니다. 지금처럼 미국과 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구도가 잡히면 냉전 때로 되돌아갈 수 있는데요.
세계화와 국제분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동맹끼리는 여전히 할 것이기 때문) 완전히 자유로웠던 시대는 종말을 고하지 않았느냐, 이런 예측이 가능한 것이죠.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세계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결정타를 맞았다는 뜻입니다.
이 내용을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말씀드리는 것은 기업의 영업과 이익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관해서는 핑크 회장의 말을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세계가 냉전에서 벗어난 1990년대 초 러시아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환영을 받았고 러시아도 세계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블랙록이 설립된 이후 글로벌화와 자본시장 성장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던 게 이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산규모야 지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겠지만 추가 시장 진출과 그에 따른 이익은 세계화가 사라진다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만 해도 인구 1억4500만 명에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1위입니다. 중국은 14억 인구에 미국에 이은 경제순위 2위 나라죠.
러시아에서 철수한 기업들이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바로 다음 날 문을 다시 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미중 간의 갈등은 지속해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영업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가장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 부품 조달 모델을 자국이나 동맹으로 바꾸다 보면 비용이 상승하게 됩니다. 팀 세이무르 세이무르 에셋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무역을 꾸준히 봐왔는데 세계화는 2008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내려오고 있다”고 했는데요.
앞으로는 세계 경제와 기업을 볼 때 이 큰 그림을 같이 봐야 합니다. 다만, 자국 내 소비 비중(3분의 2)이 높은 미국 경제는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점은 명확히 알아둬야 겠습니다.
“자동차 등 일부 뺀 소비 강하다” vs “유가 즉각적 세금 소비 둔화할 것”
연장선에서 미국의 소비에 대해 좀 더 알아볼텐데요. 우선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8만7000건으로 1969년 9월 이후,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이들도 135만 건으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는데요.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는 전에도 말씀드렸듯 ‘강한 고용→미 가계 탄탄한 수입→굳건한 소비’의 그림을 가능하게 하는데요. 미국은 소비가 좋으면 경제도 좋은 나라기 때문에 경기침체 논쟁과도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미 철도회사 유니온 퍼시픽의 랜스 프릿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매우 강한 것 같다. 일부 약한 부분도 있지만 이는 자동차나 반도체 부족 같은 구체적 이유가 있는 것들”이라며 “소비와 산업은 꽤 강하다”고 했는데요. 그는 물류를 담당하다 보니 전체적인 상황을 짚어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긴 합니다.
벤 미니쿠치치 알래스카 에어라인 CEO 역시 “우리는 예약 수요가 강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며 비즈니스 여행이 돌아오고 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조너선 밀러 바클레이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상품 소비에 더 큰 압력을 가하고 인플레이션 상승과 공급망 문제는 기업의 마진을 압박할 것"이라며 “소비 둔화를 고려해 연말 S&P 전망치를 4800에서 4500으로 낮춘다”고 밝혔는데요.
찬티코 글로벌의 지나 사네스도 “(높은) 유가와 가스가격은 소비에 가해지는 즉각적인 세금”이라고 우려했습니다. 2월 미국의 내구재 주문도 2.2% 쪼그라들었는데요.
양쪽 모두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논거도 갖추고 있구요.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이런 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날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가 개최한 ‘뉴욕국제금융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씨티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홀렌호스트는 당분간은 소비가 좋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에너지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는데요.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경기도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탄탄한 소비를 이어가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해진다는 시간적 선후 개념으로 접근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지표를 업데이트 하면서 뭐가 맞는지를 점검해보면 될 듯합니다.
추가로 전에 전해드렸던 것처럼 미국 내 가계 소비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원유수입국이 아니라는 점은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높아야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소비에 영향을 줘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는 지점을 배럴당 200달러로 봤습니다.
매파는 더 매파, 비둘기도 매파적으로…에반스 “0.25%p 편하지만 0.5%p에 열려 있어”
마지막으로 금리 관련 얘기 짚어보겠습니다. 이날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나는 매번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를 올리는 것이 편안하게(comfortable) 느껴질 것”이라면서도 “만약에 0.5%포인트가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것에 열려 있다”고 했는데요.
이는 0.25%포인트를 선호하지만 대다수가 0.5%포인트를 주장한다면 자신의 뜻을 물리고 대세를 따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에반스 총재는 올해 투표권이 없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연준 내 매파들은 더 매파적으로 돼가고 있고 비둘기파도 매파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연준 내에서는 의장과 부의장, 뉴욕 연은 총재 같은 지도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연준의 방향을 점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데요. 매파들이 더 목소리를 높이고 비둘기파들도 뉘앙스를 바꾸고 있다는 것은 분명 5월에 0.5%포인트 가능성이 상당함을 의미한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비둘기파에서 0.5%포인트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주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발언을 시작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데요. 씨티의 홀렌호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올해 총 2%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날까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5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향후 상황전개를 살피면 되는데요. 계속 말씀드린 대로 다음 달 12일에 나올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0.5%포인트를 올릴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지표가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3분 월스트리트’에서 깊이 있는 월가의 시각과 정보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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