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한 달 동안 클린에너지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좋은 성과를 내 주목된다. 전쟁이 길어지며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대체자원으로 클린에너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친환경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 클린에너지 ETF투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 달 만인 25일 기준 1개월간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펀드는 수익률 27.16%를 기록한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ETF로 확인됐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 국내 및 해외주식형 펀드 3473개 가운데 1위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3.06%, 10.18% 오른 점을 고려해도 상대 수익률이 크게 높았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미국 친환경 그린테마 Indxx ETF(21.90%)’와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수소경제 Indxx ETF’(21.87%)’ 등 순으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 상품은 모두 수소 등 클린에너지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한화 아리랑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ETF는 수소 생산 및 저장, 운송 등 글로벌 수소기업에 투자한다. 추종지수는 미국 MVIS사의 ‘블루스타하이드로젠&넥스트젠퓨어셀인덱스’이다. KBSTAR 글로벌수소경제 Indxx ETF 역시 수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 인덱스(INDXX)의 ‘하이드로젠 이코노미 인덱스’를 기초 지수로 추종한다. KINDEX 미국 친환경 그린테마 Indxx ETF는 미국 친환경 산업의 핵심 종목들로 구성된 ‘Indxx US 그린인프라스트럭처 인덱스’를 쫓는다.
증권가에서는 클린에너지 ETF의 향후 주가 전망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서방측이 중장기적으로 클린에너지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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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EU는 녹색 수소를 에너지 독립을 위해 중요하게 평가하며 2020년부터 독일 주도로 공동 연구 및 혁신 이니셔티브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클린에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미국 증시에서 더욱 뜨겁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클린에너지 ETF인 ‘아이쉐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ICLN)’와 ‘인베스코 태양광 에너지 ETF(TAN)' 주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5일(현지시간) 종가기준 각각 11.26%, 16.29% 급등했다. 풍력주를 대거 담은 ‘퍼스트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FAN)’도 같은 기간 2.30% 주가가 올랐다.
특히 미 증시의 클린에너지 ETF 등은 기후변화 분야의 부양책이 담긴 바이든 행정부의 '사회복지예산(Build Back Better)' 법안 통과의 불확실성으로 클린에너지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최근 저가 매수세가 크게 유입됐다. 실제 ICLN과 TAN 주가는 고점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밀린 상태다. ICLN의 현재 주가는 21.04달러로 종가기준 작년 2월 8일 31.49달러 고점대비 주가가 33.18% 밀린 상태다. TAN 역시 지난해 2월 9일 121.94달러 고점에서 가장 최근 종가까지 38.2% 주가가 빠졌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전 세계 주요 국가는 2050년부터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라며 “각 국가들의 클린에너지 관련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테마의 구조적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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