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코스닥 상장사인 에디슨EV(136510)의 ‘주가조작’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에디슨EV는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던 에디슨모터스의 자회사로 지난해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면서 에디슨EV 주가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투자조합이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고 차익 실현에 나서며 ‘먹튀’ 논란이 빚어졌다. 금융 당국은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으로 결론 나면서 ‘주가 조작’ 논란이 의혹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능력이 없는데도 주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3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에디슨EV 대주주의 주식 처분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있는지 심리에 착수했다. 심리는 한국거래소가 문제가 된 상장사의 주식 거래 동향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불공정거래 등 주가조작 개연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심리를 거쳐 주가조작 혐의가 짙다고 결론날 경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하게 된다. 이후 사건을 접수한 자본시장조사단 혹은 금감원이 담당 국에 배당을 하고 본격 조사에 착수한다. 에디슨EV의 주가조작 조사를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심리에 착수한 것은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으로 결론 나면서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가 실제 쌍용차를 인수했다면 에디슨EV 대주주의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인수가 무산으로 결론나며 인수 능력이 없는데도 주가 부양 등을 위해 인수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심리에 착수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심리는 긴급 안건인 경우 1~2주, 통상 2개월가량 소요된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조사 담당 국들도 사건 통보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에디슨EV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에디슨EV는 에디슨모터스 자회사로 쌍용차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창구로 쓰였다. 그러나 주가가 급등하고 에디슨EV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아 치우며 주가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9일에는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에디슨EV가 의견 거절 사유 해소 확인서를 제출할 때까지 주권 매매 거래를 정지한다고 30일 밝혔다. 에디슨EV는 4월 11일까지 감사인의 사유 해소에 대한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사는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을 경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된다. 또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장폐지 전 단계인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때부터다. 지난해 5월만 해도 에디슨EV 주가는 1500원 대에 머물렀다. 이후 주가는 지난해 11월 12일 55배인 8만 2400원까지 치솟았다. 에디슨EV 대주주들은 이 기간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엠에이치(DMH)·에스엘에이치(SLH)·노마드아이비·아임홀딩스·스타라이트 등 투자조합 5곳은 지난해 5∼7월 기존 최대주주가 들고 있던 에디슨EV 주식을 사들이고 몇 달 후 처분했다. 투자조합 5곳의 지분율은 5월 말 기준 34.8%에서 8월 초 11.0%로 낮아졌다. DMH는 에디슨EV 보유 지분이 지난해 5월 30일 9.5%에서 한 달여 뒤인 7월 9일 0.96%에 불과했다. 비슷한 기간 아임홀딩스는 보유 지분 5.49%를 전량 처분했다. 이들은 에디슨EV 지분을 38%까지 확보했는데 주당 1500~3000원에 사들인 주식을 연말까지 전량 매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수 한 달 뒤인 6월부터 1만 원 이상으로 급등하자 8월까지 3개월 동안 전체 지분 중 3분의 2인 23.8%를 집중 매도했다. 이후 에디슨EV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지난해 9월 8일 6002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기간 각 투자조합의 지분율이 5% 미만으로 공시 의무 적용을 받지 않아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에디슨EV의 소액주주는 10만 4615명으로 지분 80.34%를 보유하고 있다.
서종갑·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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