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애플이 프라이버시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면서 앱에서 이용자가 데이터 추적을 허용할 때만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 여파로 디지털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98% 가량을 차지하는 메타 플랫폼(옛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휘청였다. 메타는 올해에도 애플의 정책 변화로 인한 광고 매출 손실액이 100억 달러(약 1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광고 업계의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이를 ‘진짜를 가릴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기업이 있다. 한국인이 창업한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지난해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에 등극한 광고 머신러닝 기술 기업 ‘몰로코’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의 본사에서 만난 안익진(사진) 몰로코 대표는 “이곳저곳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사들여 타깃 광고를 하던 시대가 끝이 났다”며 "이제 데이터를 소유한 사람 또는 회사가 데이터의 관리 책임까지 져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대표는 “이용자를 과도하게 추적하는 방식이 막히는 대신 맥락 데이터(Contextual Data)를 통해 타깃 광고를 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맥락 데이터는 이용자가 웹페이지나 앱 상에서 보고 있는 콘텐츠를 비롯해 시간이나 위치 정보, 디바이스에 대한 정보를 의미한다.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정보들이지만 머신러닝이 이 정보들을 결합해 관련성이 높은 광고를 추천하는 방식이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몰로코 기술의 강점이기도 하다. 애플의 정책 변화가 있었음에도 몰로코의 지난 해 매출은 100% 이상 성장했다.
지난 해만 해도 초당 200만 건을 처리했던 몰로코의 머신러닝이 현재 초당 400만 건, 하루에 3000억 건을 처리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당 6000건 이상의 메시지를 보내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창업 전 구글 유튜브 광고 분야 엔지니어링을 담당했던 그는 이용자를 추적하지 않고도 다양한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봤다. 이를테면 고객사인 오디오 플랫폼 스푼의 경우 이용자가 듣고 있는 콘텐츠 자체가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해 광고 추천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만 해도 이용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검색 회사인 구글과 네이버만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에서도 얼마든지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데이터 분권화가 빨라질 것이고 유니크한 데이터를 가지는 회사들이 점점 커지는 데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데이터 분권화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광고를 고객사가 갖고 있는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해 비즈니스 기회라는 신념 때문이다.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2026년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는 7860억 달러(약 9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소수의 업체가 광고 수익을 독식하는 상황이다. 많은 충성 이용자를 확보한 앱이 이들과 같은 광고 매출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를 머신러닝 기술에서 찾았다. 그는 “비정형의 희소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머신러닝”이라며 “모든 서비스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몰로코의 광고 머신러닝 기술이 일종의 인프라 스트럭처 서비스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이 플랫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광고 비즈니스로만 매출 310억 달러(약 38조원)를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많은 회사가 아마존 같은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갖출 수 있도록 하면 디지털 부를 구글, 페이스북 외에도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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