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자들이 새 정부에 제언한 경제성장의 키워드는 낡은 규제 및 노동시장 개혁이다. 특히 기업 활동을 움츠러들게 하는 각종 낡은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4대 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고도성장기에 구축한 우리나라의 기본적 제도 틀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내 시장 전반에 걸쳐 있는 낡은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규제 혁신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규제의 틀을 개선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정부 전담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한시적인 부총리급의 규제개혁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그는 면세점·홈쇼핑·은행·보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정부 기관이 규제를 내세우며 진입 장벽을 치고 있다면서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금융시장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 강화해야 할 분야로 공기업 민영화와 공공기관 축소를 꼽았다. 공무원 역시 연도별 감축 목표를 설정해 시행함으로써 정부 기관이 쓸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을 축소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4대 학회가 이번 학술대회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경제학자의 97%가 좋은 일자리 창출이 새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문제 해결이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석학들은 민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꼽았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노동정책 개선이 일자리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용이한 고용과 해고, 사회 안전망 확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는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의 성과 부진으로 통상 해고할 수 있는 규정이 불명확해 기업들의 생산 효율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해고 기준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직을 보장해 유연한 노동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해고와 재고용 사이에서 실업을 겪고 있는 근로자를 돕기 위해 사회 안전망도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동 규제 개선으로 실업에 처한 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된 복지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학계의 제안을 반영하겠다며 화답했다.
권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과제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저성장을 극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학술대회에서 나온 발표와 논의를 잘 반영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 잘하는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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