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석유·니켈·밀 같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 올 1분기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가 1분기에 29% 올라 199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GSCI는 전반적인 원자재 선물가격을 벤치마크한 지수다.
실제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달 배럴당 100.28달러로 거래를 마쳐 1분기에 33% 상승했다. WTI는 이달 초에는 배럴당 123.70달러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고유가는 다른 상품에도 파급 효과를 미쳤다. 밀 가격은 1분기에 31%나 증가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옥수수 역시 1분기에 26% 증가했다. WSJ는 알루미늄, 구리, 니켈, 팔라듐 같은 비철금속의 가격도 1분기에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러한 상승세의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봤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수요가 살아난 반면 물류 대란과 기상악화로 공급은 빡빡해졌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원자재가 과잉 공급과 낮은 수요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던 추세가 뒤집어졌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투자자들을 원자재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리피니티브 리퍼의 자료에 따르면 원자재에 투자하는 무츄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12주째 자금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에 23주간 자금이 순유입된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다양한 원자재의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상황도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트레이더들이 미래에 시장이 과소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광업 기업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다. WSJ에 따르면 구리생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의 주가는 2020년 3월 최저치와 비교했을 때 최근 9배 이상 올랐다. 미국 석유채굴기업 할리버튼, 데번에너지, 마라톤오일 등도 1분기에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WSJ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 협정, 이란 제재 해제로 더 많은 원유가 시장으로 유입될 시 이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갑작스럽게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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