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 속에 에너지·식품 등 전방위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정권 교체기에 한국 경제를 덮쳤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어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성패가 물가 관리에 달렸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가 당분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다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879%에 거래를 마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긴급 처방을 꺼냈다. 다음 달부터 3개월간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고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등에 유가 연동 보조금을 3개월간 한시 지급하는 것이 뼈대다.
차기 정부에도 인플레이션 극복은 명운이 걸린 이슈다.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민심 이반 속에 집권 초부터 국정 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이를 이기는 정부가 없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카이저가족재단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대답은 1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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