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 1건당 최대 4개의 복제약(제네릭)에 허가를 내주는 ‘1+3 공동생동 제한’ 법이 지난해 시행된 후 제네릭 난립이 크게 줄어 시장 정화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네릭이 주 수입원이었던 중소 제약사들은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는 등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복제약 허가·신고 품목 수는 1535건으로 전년 2613건에 비해 41.3%나 감소했다. 2019년 4337건과 비교하면 2년새 64.6% 줄었다. 정부가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내놓은 제도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은 동일한 생동성 시험이나 임상 자료를 이용해 추가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의약품 개수에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약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다른 업체가 수행한 생동성 시험 자료를 활용해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품목 수가 3개로 제한됐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계단형 약가제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에 따르면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한 복제약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보험상한가가 15%씩 내려가는데, 동일 성분의 복제약이 20개를 넘어가면 조건 충족과 관계없이 기존 최저가의 85%까지만 약가를 받게 된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을 쏟아내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적 규제의 칼날을 꺼내든 것이다.
의약계는 제네렉 난립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의약품 품질관리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복제약이 많아질수록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할 수 있고, 다른 제약사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느라 제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소지도 늘어나게 된다"며 "복제약이 줄고 신약허가가 늘어난 것은 국내 제약환경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복제약 의존도가 높아 발등에 불이 덜어진 중소 제약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삼천당제약(000250)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올 2월 유럽 협력사인 옴니비전과 계약한 일회용 녹내장 치료용 점안제(복제약)를 첫 수출했다. 2018년 계약 당시 연간 1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했지만 현지 수요 증가로 200억 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27.9%인 467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도 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지만 복제약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먹는 인슐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185750)그룹 계열사인 경보제약(214390)은 2020년 반려동물 건강관리제품 취급 전문브랜드 '르뽀떼'를 론칭하고 필름형 반려견 구강관리제품 '이바네착'을 출시했다. 의료기기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견 업체들은 단기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고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영세 업체들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실정"이라며 "수탁업체를 찾기도 힘들고 공동생동 비용도 늘어나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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