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총재 공석 사태에서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은 현 금통위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힌다. 그동안 금리 인상에 반대해왔던 주 의장 대행은 이번 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14일 금통위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총재가 부재한 상태에서 당연직 금통위원인 부총재와 금통위원 5명 등 6명 전원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2월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만장일치가 나온 지 불과 두 달 만에 180도로 바뀐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 의장 대행이 2020년 3월 금통위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해부터 금리를 세 차례 올리는 내내 주 의장 대행은 동결 소수 의견을 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 의장 대행은 “저도 이번 인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소수 의견을 낸 것은 다른 금통위원들과 속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고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된 것을 보고 금리 인상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주 의장 대행의 표결은 개별 금통위원이 아닌 의장 대행으로서 내린 결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통위 의장은 먼저 의견을 내지 않고 금통위원의 의견이 절반으로 갈렸을 때만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이러한 극한 대립 상황을 제외하면 금통위 의장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수 의견을 따른다. 의장 대행은 표결에만 참여할 뿐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 금통위 의사록에 개별 발언이 담기지 않는다.
주 의장 대행도 소수 의견을 내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수 의견을 낼 경우 전체 금통위를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따라서 이번에는 금리 인상에 찬성했지만 실제 생각도 바뀌었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추후 공개되는 의사록에 적힌 다른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보고 주 의장 대행이 이를 얼마나 정확히 대변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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