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파트너스가 황만순 대표 체제 출범 1년을 맞은 가운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 원 고지를 돌파하며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 맏형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펀드 투자 이익을 바탕으로 집계되는 성과보수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또 최근 몇 년 전부터 분 ‘제2 벤처붐’의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투파는 지난해 매출액 1122억 원을 기록하며 1986년 회사 설립 후 첫 10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로는 2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0% 증가한 70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투파에 이어 운용자산 규모 기준 2위 권인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매출이 899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실적이다.
한투파는 전체 운용자산(AUM)이 3조 원, 연간 투자금 6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를 대표하는 VC 중 한 곳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 VC 중에서는 드물게 초기기업 투자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으며 오래 전부터 해외 벤처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글로벌 투자사로서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달성한 한투파를 두고 리더십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황 대표는 지난해 한투파의 새로운 수장으로 올라섰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스타 심사역 출신인 황 대표의 실무형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투파의 투자 전문성과 유연성을 더욱 높이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성장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투파가 거둔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성과보수의 증가다. VC의 매출은 일반적으로 펀드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지분법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관리보수는 운용자산 규모에 비례해 발생하는 매출로 몸집이 이미 커진 VC들의 경우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성과보수는 투자 성과와 직결되는 지표로 투자 회수 이익율이 높거나 낮을 수록 규모가 큰 폭으로 변한다. 성과보수 규모가 일선 VC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성과보수는 절반이 운용역에게 바로 돌아가는 최고의 보상이기도 하다. 지분법이익은 투자한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얻을 수 있는 매출이다.
한투파는 지난해 벤처펀드와 사모펀드(PEF) 운용을 통해 거둔 성과보수는 244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83% 증가한 수치로, 사실상 성과보수의 증가분이 전체 매출 증가분을 넘어서면서 매출 1000억 고지를 밟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관리보수는 25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한투파는 지난해 벤처펀드 기준 2962억 원 규모 신규 펀드 결성에 성공했었다. 지분법이익은 49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특히 투자를 마치고 회수 단계에 접어든 '한국투자글로벌제약산업육성PEF'와 '네이버한국투자힘내라!게임人펀드'에서 첫 성과보수가 발생했던 것이 컸다. 각 펀드에서 나온 성과보수는 68억 원, 32억 원이었다. 또 '한국투자그로스캐피탈펀드제17호', '한국투자글로벌프론티어펀드제20호(프론티어펀드)'의 성과보수가 각각 45억 원, 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5%, 47%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프론티어펀드의 경우 수년의 걸쳐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청산이 완료됐는데, 전체 수익이 1746억 원에 달해 지난해 VC가 청산한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율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레고켐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더블유게임즈, 액션스퀘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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