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4일 총재 공석 상태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출 규제 완화 등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 지적에 대해서는 ‘조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17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금통위 결정을 직접 평가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위원들이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하게 결정했다고 본다”며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그는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완화 정도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소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매개로 임금 상승 등 2차 파급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 당국과의 정책 엇박자 지적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조정은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미시적인 차원이라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미시적 조치도 시행 과정에서 금융 여건과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통화와 재정 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서로 소통하며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추경으로 돈이 풀리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추진되는 추경은 정부 방역 조치로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은 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면서도 “규모가 커져 거시경제 상황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정책 당국이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고(高)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 정책 운용’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조치,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이 겹치면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특히 물가가 지속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할 경우 임금 상승 등을 부추겨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불안정은 물가 상승 장기화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구매력이 떨어지면 경기 부진을 초래한다”며 “중앙은행이 물가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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