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021년 10월)→3.0%(2022년 1월)→2.5%(2022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내렸다. 불과 반년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가까이 하향 조정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IMF만 한국 경제를 비관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한국은행에 이어 피치·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까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3%대에서 2%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기관이 일제히 우려를 쏟아낸 것은 세계경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 시간) IMF가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4.4%에서 3.6%로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수출 비중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각 0.3%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성장세가 꺾이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유가 동향을 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18일 기준 배럴당 108.11달러로 1년 전에 비해 67%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 관계자는 “IMF가 1월에 내놓은 전망치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이 온전히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긴 여러 악재를 이번 전망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솟은 원자재 가격은 한국 경제를 다방면으로 짓누르고 있다. 당장 물가부터 문제다. IMF는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3.1%에서 4%로 수정했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시중에 뿌려놓은 유동자금이 넘치는 와중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커질수록 민간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내수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입 대금이 불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무역수지는 39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3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경제성장의 두 축인 내수와 무역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해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내수 경기가 약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성장 전망치가 내려가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최근 총재도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은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타개할 뾰족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경기를 북돋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테지만 물가 오름세를 막고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예정인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급증하는 나랏빚 속도를 감안하면 재정을 동원하는 것도 마땅하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부채는 2196조 4000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의 1433조 1000억 원에서 763조 3000억 원(53.3%)이나 불어났다. 재정과 통화정책이라는 정부의 ‘원투 펀치’가 모두 묶인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전 같으면 공공기관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지출을 늘릴 수 있었겠지만 공기업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IMF는 “전쟁으로 통화와 재정 등 정책 목표를 조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쟁으로 더욱 악화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요구되지만 경기회복의 필요에 따른 각국 여건에 맞는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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