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올해도 정부에 거액을 배당하면서 8조 원가량의 정책대출 여력이 사라질 전망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5일 배당협의체를 열고 산은을 포함한 정부 출자기관의 올해 배당액을 조율했다. 협의 결과 산은은 약 8000억 원을 정부에 배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78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산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액을 배당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배당 성향을 높인 영향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배당 성향은 35% 이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배당 성향을 높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 5000억 원으로 당초 목표보다 30조 8000억 원을 밑돌았다.
문제는 매년 대규모 배당이 이뤄지면서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 여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 내부 추정에 따르면 1조 5000억 원 규모의 배당을 유보할 경우 15조 원의 대출을 더 취급할 수 있다. 뒤집어 보면 올해 8000억 원 이상을 정부에 배당하면서 8조 원이 넘는 대출 여력이 사라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첨단산업 지원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매년 대규모 배당을 받아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정책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급하려면 과도한 배당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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