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을 주도할 국가 차원의 반도체 연구소 구축을 추진한다. 수조 원을 들여 12인치 팹(반도체 제조 공장) 설치 및 극자외선(EUV) 장비 등 첨단 장비의 도입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민간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나노기술연구협의회·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대한전자공학회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관련 학회와 함께 ‘나노반도체종합연구소(NSRI)’ 설립 방안을 마련해 최근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 전달했다.
NSRI는 고집적 인프라 시설을 활용해 대규모 집단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 반도체 연구 기관이다. 전국에 분산된 나노 인프라 시설을 네트워크로 모으는 한편 본원에 팹 시설을 마련해 산학연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과기정통부가 추진한 계획인 데다 인수위의 반도체 기술 개발 지원 의지가 강한 만큼 제안 내용의 상당 부분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SRI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최신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할 ‘12인치 팹’ 구축이다. 여기에 EUV 장비 등 최첨단 장비를 들여 첨단 공정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양산이 가능한 수준의 팹으로 만들어 국내 팹리스 및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최신 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구상대로 진행될 경우 최소 수조 원에서 많게는 10조 원대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NSRI는 자체 연구진뿐 아니라 대학·연구소·기업의 전문 인력을 순환·부분 근무 방식으로 파견받아 국가 전체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연구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수준의 설비를 갖춘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의 아이멕(IMEC)을 염두에 둔 구상이다.
인수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명칭을 비롯해 전달된 내용을 그대로 담겠다는 것은 아니고 전달된 안을 검토해 자체적으로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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