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단순히 거주하려는 수요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책 요인과 투자 수요에 따라서도 민감하게 오르내리죠. 한국부동산원은 이를 반영해 ‘예측 모형 개선’을 완료한 만큼 6월 ‘2022년 하반기 전망’ 발표를 시작으로 시장 전망을 재개할 계획입니다.”
손태락(59·사진)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부동산원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부동산원 ‘시장 전망 모형’은 실거주 수요에 집중돼 시장을 잘못 진단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국토연구원·LH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주택통합정보 분석 시스템’ 연구를 2월 개발 완료한 만큼 금리나 중장기 주택 공급 등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해 높은 수준의 시장 분석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부동산원이 시장 전망을 다시 발표하는 것은 2년 5개월 만이다. 마지막으로 전망을 내놓은 것은 손 원장 취임 전인 2020년 1월로 당시 부동산원은 그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9% 하락하고 전세 가격은 0.4%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매매가격은 5.4% 올랐고 전세 가격도 4.6% 상승하는 등 전망이 빗나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다시 0.50%로 급격히 인하한 데다 새 주택임대차법이 실시되면서 그에 따른 시장의 영향 역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손 원장은 “국민들의 선택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최적의 정책 조합을 만들기 위해 금리나 정부 정책 등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주택 수요 변동 요인 분석 연구’도 올해 하반기 완료를 앞둬 ‘2023년 시장 전망’에는 다주택자 등 주택 투자 수요 요인까지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1년 2월 제2대 부동산원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국토교통부 정책기획관·주택토지실장·국토도시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부동산 전문가다. 손 원장이 이끄는 부동산원은 가격 공시, 통계 조사, 부동산 시장 관리, 부동산 소비자 보호 등을 맡은 부동산 전문 공기업으로 주택청약과 정부 정책 지원 등 부동산 산업 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손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맞닥뜨린 숙제는 ‘통계 품질 개선’이었다. 취임 직전인 2020년 12월 통계청이 부동산원에 통계 표본 수가 적고 표본 추출 방식이 잘못됐다며 품질 개선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손 원장은 취임 초반 월간(종합·아파트)과 주간(아파트) 주택 통계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에 몰두했다. 2021년 아파트 주간 시세 표본을 2020년 9400가구에서 3만 2000가구로 3배 늘리고 주택통계지수검증위원회도 신설해 교수진 등 외부 위원 14명에게 분기마다 조사 적정성 여부 등을 검토하도록 했다.
손 원장은 “개선 작업 이후 통계 이용자와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점수가 전년 대비 상승했고 민간 통계 대비 인용도 또한 높아졌다”면서 “올해도 부분적으로 신축 단지를 표본에 추가하는 등 표본 보정을 실시해 통계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부동산원은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 기능을 이관받아 주택 인허가부터 착공·분양·멸실까지 주택 공급의 생애주기별 순환 과정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통계도 생산하고 있다.
통계 품질만큼이나 손 원장이 신경을 쓴 것은 부동산원의 핵심 업무인 표준주택과 공동주택 공시다. 29일 공동주택 가격 결정·공시를 앞두고 그는 “공시가격이 과세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만큼 정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지난해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 공개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동산원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등 주요 가격 형성 요인인 교육·편익 시설의 위치 정보를 지도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또 특성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던 산정 의견도 △인근 교육·의료시설 등 지역 특성 △사용승인일·세대수 등 단지 특성 △향·층 등 호별 특성을 구분해 가격 산정 방법과 근거 법령 등까지 함께 서술할 계획이다.
손 원장은 “산정 시세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고 있으며 조사 체계 역시 고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 조사 시 사진 촬영을 의무화했고 외부점검단도 도입했다”며 “단계별 심사 기간도 3일에서 5일로 확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시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고 기준 미달 시 산정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것도 손 원장이 이끌어낸 변화다.
최근 손 원장은 청약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손 원장은 “전년도 청약홈 접속 건수는 9900만 건이고 청약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617만 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청약 서비스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택청약 안내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원은 청약 가점 정보를 입력하면 과거 동일 지역의 당첨 가능 단지와 주택형 정보를 제공하는 ‘당첨 가능 APT 정보 제공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부적격 당첨자를 줄이기 위해 청약 제한 사항, 청약가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청약자격진단’ 서비스 또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청약 신청 당일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약일 알림 서비스’를 실시하고 청약 신청 최종 단계에서 ‘필수 확인 사항’ 체크리스트를 도입한 것도 손 원장 취임 이후의 성과다. 이 외에도 모바일 청약 챗봇 서비스를 도입해 24시간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청약 신청 단계에서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청약 자격 확인 문구도 구체화했다.
실수요자에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 질서 관리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손 원장은 “과거 적발된 부정 청약자의 청약 정보 빅데이터 분석으로 부정 청약 의심자를 선별해 집중 점검할 수 있는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하반기 점검 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동산원은 올해 조사 대상 단지를 전년 대비 2배인 100개 단지로 늘린 상태다. 지난해에는 전체 공급 단지의 약 10%인 50개 단지의 공급 질서 교란 행위를 점검해 부정 청약 125건, 청약통장 매매 199건을 적발한 바 있다.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이상 거래 등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손 원장은 “올해 1분기부터 서울·수도권은 10대 등 미성년자의 고가 주택 매입 및 특수 관계인 간 직거래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지방·중소도시의 경우 아파트 등 분양권 불법전매·다운계약 등에 대한 조사를 순차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월 국토부와의 합동 점검을 통해 법인·외지인의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 거래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며 “법인 명의신탁, 미성년자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 570건을 적발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부동산원은 국토부가 발주한 ‘외국인 주택 보유 현황 통계’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9월에 마무리되면 외국인 주택 투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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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북 포항 △대구 성광고 △경북대 행정학과 △경북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가천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31회 △국토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국토부 주택토지실 토지정책관 △국토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국토부 국토도시실장 △2018년 서울문산고속도로 사장 △2021년~ 한국부동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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