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한한령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 선보인 국산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이 출시하자마자 주요 앱마켓 1위를 석권했다. 흥행세를 이어갈 경우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에서 성공한 첫 K모바일 게임이 될 전망이다. 다만 검은사막 모바일의 흥행과는 별개로 중국 게임 시장의 재개방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263750)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이날 중국 애플 앱스토어 및 텐센트 앱마켓 ‘탭탭’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펄어비스가 이날 오전 7시(현지 시간) 이 게임의 중국 공개 테스트(OBT)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만의 성과다. OBT는 베타 서비스 형식이지만 유료 아이템을 탑재하기에 사실상 정식 출시로 여겨진다.
이로써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해 6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판호를 발급 받은 지 10개월 만에 무사히 정식 출시에 성공했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 출시한 건 지난 2017년 한한령 발동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2월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판호를 발급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2020년 1개, 2021년 3개의 한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지만 이 중 실제 정식 출시까지 이어진 건 검은사막 모바일이 유일하다. 간발의 차이로 판호를 획득했던 던파 모바일 또한 청소년 게임 중독 우려를 이유로 정식 출시 전날 돌연 출시가 좌절됐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현지 매출 순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출시 초기 일평균 매출이 최소 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 년 간 중국 내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현지 유저들의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중국 게임 전문 사이트 '17173' 이용자가 선정한 '올해 가장 기대되는 게임', 텐센트 앱마켓 ‘탭탭’ 예약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검은사막이 장기 흥행에 성공할 경우 한국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흥행한 첫 사례로도 등극할 전망이다. 그간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웹젠 ‘뮤 오리진’,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2’ 등 중국에서 흥행했던 국내 게임은 모두 PC 게임이었다. 펄어비스 또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4% 줄어든 4830억 원, 영업이익은 72.7% 주저앉은 430억 원이었다. 하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이 예상대로의 성과만 거둬도 올해 2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첫 분기 일평균 매출이 30억 원만 돼도 2분기 연결 영업실적은 매출 1359억원, 영업이익 484억원으로 폭발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검은사막 모바일 흥행 조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시장 전면 재개방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7월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몰아붙이며 판호 발급을 중단하는 등 게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45개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며 8개월 만에 판호 발급을 재개하긴 했지만, 이 중 외국 게임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 일단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 공략을 가장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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