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 긴축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겹악재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하루 만에 다시 갈아 치웠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0전 오른 1250원 80전에 거래를 마치며 1250원을 넘어섰다. 이날 1249원 50전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중국 위안화 가치 상승과 달러 매도 물량 유입으로 1245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다시 상승 전환하며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23일(1266원 50전)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와 중국의 베이징 추가 봉쇄 조치 등으로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기정 사실화한 데다 한 번에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데 유럽과 중국·일본 모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2분기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화가 함께 연동하는 위안화 가치는 이날 오전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 전환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외환 거래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 거래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액(현물환·외환파생상품 거래)은 655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570억 4000만 달러)보다 14.9%(85억 1000만 달러) 불어난 것으로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치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와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외환 거래가 늘었다”며 “우리나라의 수출입 규모가 커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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