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정기 예·적금 총 잔액이 7000억 원 가까이 급증했다. 시중 유동성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역머니 무브’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5일 정기 예금과 적금 잔액은 각각 512조 7812억 원, 29조 16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이 이달 18일과 19일 일제히 수신 금리를 인상한 뒤 일주일 만에 정기 예·적금 총 잔액은 6800억 원 넘게 늘었다. 최근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1금융권도 최고 연 2%가 넘는 수신 금리를 제공하자 일시적으로 유동자금이 몰린 것이다.
수신 금리가 인상되기 전 마지막 영업일인 15일 은행 4곳의 정기예금 잔액은 511조 2907억 원이었다. 수신 금리가 인상된 19일 잔액은 512조 4680억 원을 기록한 뒤 일주일 만인 25일 3132억 원 늘어난 512조 7812억 원으로 집계됐다. 28조 8454억 원(15일 기준)이던 정기적금 잔액도 같은 기간 28조 7943억 원에서 29조 1647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일주일 만에 3704억 원 불었다. 은행들의 수신 금리 인상 후 일주일간 늘어난 정기 예·적금 잔액만 6836억 원이다.
다만 1년 안팎의 정기 예·적금 가입 기간에 부담을 느낀 일부 고객들은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 예금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437조 895억 원이던 시중은행 4곳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5일 566조 4880억 원으로 약 30%(129조 3985억 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시중자금이 위험 투자 자산에서 정기 예·적금 등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은행들의 예·적금 최고 금리는 2% 중반대로 은행 예·적금의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앞으로 이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5월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또 인상할 수 있는 만큼 가입 대기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5월에 한 번 더 인상되면 은행 정기예·적금 금리도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에서도 최고 연 2% 후반대의 금리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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