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빠르게 디지털전환(DX)이 진행 중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상시 재택근무 및 거점 오피스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등 조직 혁신을 위한 변화이자 인재 영입을 위한 기업들의 유인책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에서 영구 재택근무 제도와 원할 때마다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가 자리 잡는 등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부터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한다고 2일 밝혔다. 이 제도는 일괄적으로 재택 일수를 정해놓는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부서 및 직무 특성에 따라 나눠진 그룹별 근무 일수 비율 내에서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그룹별 재택근무 비율은 온사이트·하이브리드·리모트 각각 월 20%·30%·40%다. 이 밖에 임산부 등 보호가 필요한 직원은 월 50%까지 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강남 거점 오피스도 운영한다. 올 6월 서울 2호선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열 현대카드 강남 거점 오피스에는 사무 공간과 함께 업무에 필요한 주요 설비와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된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 이외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 동남권 및 근교 거주 직원의 출퇴근 부담을 줄여준다. 현대카드의 한 관계자는 “올해 현대카드는 금융 테크로의 질적 이동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라며 “일하는 방식 및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재택근무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 일주일 중 3일을 재택근무로 시행하는 시스템을 ‘엔데믹’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작했지만 직원 만족도가 높아 현재 운영 중인 재택근무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 근무 체계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자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IT 업계는 지역 거점 오피스 확대와 영구 재택근무를 ‘당근’으로 제시한다. ‘네카라쿠배’의 일원인 쿠팡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부터 판교에 거점 오피스를 열었다. 본 근무지와 관계없이 언제든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해 일을 하면된다. 거점 오피스 도입은 대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4월 서울 신도림, 경기 분당·일산에 거점 오피스 ‘스피어’를 개소했다. KT도 각 지역 사옥에서 일할 수 있는 원격·공유 오피스를 도입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서울과 일산 등지에서 총 8개의 거점 오피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IT 기업들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영구 재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이어 올해 7월부터는 해외 원격 근무도 허용한다. 지난달 NHN에서 분사한 NHN클라우드는 ‘영구 주 4회 재택’을 도입했다.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이미 근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22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인재 확보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실제로 어디까지 해봤냐고 묻고 싶다”며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영구 재택근무를 허용한 트위터, 원할 때마다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한 보스턴컨설팅그룹, 디지털 인력에 대해 빅테크·핀테크 수준의 보수를 제공하는 JP모건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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