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의 사후 관리책은 곧바로 격리·보관하는 직접 처분과 재처리(재활용) 후 처분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국가가 직접 처분 방식을 선택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스위스·인도 등 7개국은 재처리 후 처분한다. 31개 원전 보유국 가운데 핀란드와 스웨덴·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국은 영구 처분장 부지를 확정하고 인허가를 신청했거나 건설 중에 있다.
핀란드는 원전 4기를 가동하는 원전 소국이지만 핵 폐기물 관리 정책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국가다. 2001년 올킬루오토에 영구 처분장 부지를 마련한 것이나 2015년 건설 인허가를 획득한 것 모두 원전 보유국 가운데 가장 빨랐다. 핀란드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투표는 물론 의회의 추인까지 받았다는 점은 사회적 난제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하 450m 암반층에 건설한 실증 연구 시설은 이르면 내년부터 영구 처분장으로 확장 전환돼 2025년부터 실제 운영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핀란드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웃 나라 스웨덴은 시차를 두고 핀란드를 뒤따르고 있다. 올해 1월 건설 승인을 받아 2030년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판 부안 사태’를 겪고 영구 처분장 건설 계획을 유보했다. 다만 원전 내 건식 저장 시설을 갖추고 있고 네바다주와 뉴멕시코주에 중간 저장 시설 확보를 추진 중이어서 ‘셧다운’ 위기에 처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백화점이다. 재처리와 중간 저장 시설을 운영하는 데다 영구 처분장 부지까지 확보했다. 프랑스는 한때 해외 폐기물을 위탁 재처리하기도 했다. 스위스와 캐나다는 후보지를 2곳으로 압축한 상태다. 윤종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재처리 기술은 핵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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