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러시아 감정이 높은 에스토니아가 우리나라의 K9 자주포 추가 도입을 시사했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유럽 국가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방위비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국이다.
지난달 27~28일 한화디펜스는 창원사업장에서 K9 자주포 도입국 모임인 ‘K9 유저클럽(User Club)’ 행사를 열었다. K9 유저클럽은 K9 자주포를 도입해 운용 중인 국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각국의 K9 실전운영 경험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 위해 발족됐다.
이번 행사에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K9 자주포를 운용 중인 북유럽 국가들의 대표단과 최근 K9 자주포 도입 계약을 체결한 호주 대표단이 참가했다. 방위사업청과 육군 포병학교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알란 라이드마 에스토니아 포병대대 소령은 “궤도형 자주포인 K9은 견인포나 차륜형 자주포에 비해 전장에서의 기동성과 효율성이 더 우수하다”며 “이미 도입한 12문에 더해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인접 국가인 에스토니아가 K9 추가 도입을 본격 시사한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과거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뒤에도 일부 영토에 대해 러시아와 분쟁을 겪는 등 관계가 좋지 않다.
최근 나토는 동맹국의 방위 투자 활동을 담은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해 나토 30개 회원국 가운데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로 증가한다는 나토 목표치를 충족한 국가는 에스토니아를 포함, 미국, 영국, 폴란드 등이 있었다. ‘2%룰’을 지키지 못한 독일, 덴마크, 루마니아 등 국가는 최근 러시아 사태에 방위비 증가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K9 유저클럽 중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당장 K9 도입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에스토니아처럼 각각 러시아와 국경이 가까운 국가로 앞으로 K9 추가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부환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은 “K9 자주포를 이미 운용하고 있는 국가들은 K9의 성능과 신뢰성에 대해서 상당히 만족하고 호평하고 있으며, 이는 K9 자주포 수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K9 자주포는 지난 2001년부터 터키와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등 8개국에 수출돼 국내를 포함 전 세계 1,700여 문이 운용되고 있는 자주포 솔루션이며, 글로벌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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