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감소의 ‘풍선 효과’ 우려가 제기됐던 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 종료가 올해 9월로 또다시 미뤄지면서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등이 버티기에 들어간 탓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가계대출 부문에서 활로가 막힌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과잉 유동성에 모럴해저드까지 더해질까 우려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4월 말 기업 대출 잔액은 660조 5558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 6486억 원 증가했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이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월보다 2조 4919억 원 증가한 308조 447억 원으로 전체 기업 대출 증가분의 37.48%를 차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5조 832억 원 늘어난 572조 9246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대기업 대출도 1조 3212억 원 불어났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증가액이 올 들어 가장 컸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전월 대비 973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올해 1월 1조 원을 넘어선 후 2월 2조 1097억 원, 3월 2조 362억 원, 4월 2조 4919억 원으로 증가세가 확연하다.
사실 기업 대출,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세는 이전부터 예견됐다. 한국은행의 설문조사 결과 2분기(4~6월) 국내 은행이 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전망됐다. 차주별 대출태도지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둘 다 지난 1분기 ‘0’에서 ‘6’으로 6포인트씩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와 같은 금융 지원이 연장됨에 따라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는 5대 은행들이 넉 달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계대출을 기업 대출로 메우고 있다는 점도 기업 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서는 만기연장·상환유예가 끝나는 올해 9월까지 이런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못지않게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향후 이자 비용 증가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게끔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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