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일로 예정된 방한 기간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인들과의 전면 회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안보 동맹 차원에서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일정이다. 삼성그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안내하는 방안까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3일 정·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21~22일께 이 부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을 포함한 한국의 핵심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을 안보를 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 깔린 행보다.
참석 기업 범위와 만남 형식은 유동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6월 30일 방한 당시 이 부회장과 최 회장, 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 손경식 CJ(001040)그룹 회장, 허창수 GS(078930)그룹 회장 등 경제인 20여 명을 한꺼번에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기업 총수들을 폭넓게 만날 경우 반도체는 물론 전기차·배터리·바이오 등 양국 첨단 산업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 체계 구축을 앞세우면서 국내 투자보다는 대미 투자를 적극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기업들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005930)와 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때도 약 44조 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전기차 생산 기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이미 설립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3월에도 백악관에서 주재한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초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일정이 확정될 경우 이 부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과 시설을 시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현장에 나서면 이는 올해 첫 경영 행보가 된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2월 27일 청와대 방문을 끝으로 경영 활동을 삼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지로는 경기 평택 공장, 화성 공장, 용인 기흥 사업장 등이 거론된다. 화성 공장은 2019년 4월 이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도전을 선포한 곳이고 평택 공장은 세계 최대 크기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장소다. 기흥 사업장은 삼성전자가 사업 확장을 꾀하는 파운드리를 주로 담당하는 사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된 것도 없고 정해진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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