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로 ‘미움 받을 용기’를 꼽는다. 국민들이 당장은 싫어하고 선거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아 들 가능성이 크더라도 국가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어젠다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 현지에서 ‘최악의 정치인’ 중 한 명으로까지 평가 받는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다. 멀로니는 1984년 퀘벡 지역 분리 독립 문제 해결을 내걸고 출마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당시 캐나다 재정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멀로니 집권 직후 1700억 캐나다달러였던 재정적자는 그의 집권 기간 중 4500억 캐나다달러까지 불었다. 199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 재정적자 비율은 54.7%에 달해 사실상 정상적 나라 살림이 불가능했다.
이런 건전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연방 부가세 도입이다. 새로운 세목(稅目) 도입에 캐나다 국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캐나다 국민 중 80%가 부가세 신설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멀로니는 부가세 도입 외에 재정 건전화 방안이 없다고 판단해 1991년 제도 도입을 밀어붙였고 결국 2년 뒤 보수당은 총선에서 2석만 남기고 전멸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장 인기가 없었지만 반대로 가장 용감했던 리더의 사례로 멀로니를 자주 언급했다. 멀로니의 결단이 없었다면 캐나다가 거의 파탄 상태로 밀려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증세를 추진하다가 정치적 낭패를 겪은 사례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연말정산 소득공제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른바 ‘거위털 발언’으로 비판에 시달렸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박근혜 정부 때는 비판을 무릅쓰고 연말정산 개편, 담뱃값 인상, 공무원연금 개혁 등 다양한 개혁 과제를 실천했다”며 “선거 때문에 민감한 과제는 손도 대지 않은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중 어느 쪽이 더 용감한 정권이었을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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