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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위기·정치 혐오…출항부터 '3C'에 갇힌 윤석열號

[윤석열 대통령 내일 취임]

◆용산시대 개막 <하>샴페인 터뜨릴 여유도 없다

☞3C : Conflict(갈등)·Crisis(위기)·Cynicism(정치혐오)

갈등 - "밀리면 죽는다" 극단 대립…여소야대發 '식물' 우려

위기- 인플레·긴축 등 퍼펙트스톰…정치권은 '민생' 외면

혐오 - "달라질 것 없다" 국민들 냉소…정책동력 잃을수도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서울 용산구 옛 국방부 청사가 막바지 준비로 한창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취임식 직후 이 건물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하루 전인 9일 아침 국민이 뽑은 새 정부를 향한 정치권의 기대와 희망·협치의 주문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에도 정치권은 아침부터 상대 진영을 향한 날 선 발언만을 내뿜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독선과 전횡을 민주당이 막을 방도는 없지만 명백한 불법 혐의의 후보자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반대에 막혀 내각을 책임지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불발된 채 반쪽짜리 정부로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인 측도 격앙된 말을 쏟아냈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을 겨냥해 “어찌 됐든 우리 정부에 대해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1분 1초까지 권력을 털어서 행사하고 갔다”고 비판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대화와 협치가 아닌 분열과 대립 속에 출범하게 된다.

◇5년 정권의 첫발극단적 갈등(Conflict) 속에서=새 정부 출범 하루 전 정치권의 풍경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정도로 과거 정권과 현 정권의 다툼이 심한 상황에서 출범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기대와 희망 대신 저주와 분노를 퍼붓는 정치권의 이면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168석의 민주당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단독 처리하며 독주를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진영 내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국론 분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지면 초반 국정 동력을 잃게 된다. 부처 개편(정부조직법)과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 등 국정과제는 국회에 가로막혀 시작도 못하는 ‘식물 정부’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2022년 대선에 이은 전국 선거 3연패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 진영 분열로 정계 개편이 일어나고 2024년 총선에서마저 패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팽배하다. 최 교수는 “민주당이 발목 잡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협치 거부 등 둘 중 한쪽은 출범 한 달 안에 국민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생은 고환율·고유가·고금리 3고 위기(Crisis)=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치권이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민생 위기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경제 환경에서 출범하게 된다. 윤 당선인은 취임 즉시 우리 경제의 르네상스를 이끈 1980년대 중반 ‘3저(低)’ 현상과 정반대인 고유가와 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상반기 60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두바이유)는 올 3월 120달러를 돌파했다. 이 와중에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를 몰아붙이고 있다. 기업들은 고유가로 인해 가격이 뛴 원자재에 더해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금융 긴축으로 시장금리가 뛰며 2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폭탄이 터질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만 30여 년 만에 찾아온 3고 위기에도 정치권의 인식은 무풍지대에 있는 듯한 모습이다. 1100조 원의 국가부채를 떠안고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인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해 빚을 내 30조 원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다. 추경안의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추경안이 이명박(MB) 정부의 첫해처럼 국회에서 공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MB 정부는 ‘고유가 극복 및 민생 안정’을 목적으로 4조 6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야당의 반대 속에 89일간 국회에 머물렀다. 이대로라면 윤석열 정부의 체계를 갖출 정부조직안, 추경안, 반도체 등 기업지원법안, 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 법안이 줄줄이 국회에서 무산될 우려가 나온다.

◇기대 없는 국민들 정치혐오(Cynicism) 확산=더 큰 문제는 국민이 아닌 진영을 보고 정치를 하는 정치권에 대한 냉소주의(Cynicism)가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점이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는 이미 자리 잡은 기득권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타다’로 촉발된 플랫폼 이동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성장을 위한 규제 혁파는 국론이 뭉쳐야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동력이 생긴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역시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 확대로 저출산과 고령화·양극화를 극복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취임 지지율(리얼미터 기준)은 51.4%로 문재인 대통령(81.6%), 박근혜 전 대통령(54.8%)보다도 낮다. 최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등과 경제적 위기, 냉소주의 등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일도 대통령의 몫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은 파행이 돼도 다 집권당의 책임”이라며 “다른 생각을 수용하고 협치의 제스처라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싸우는 게 아니라 통합을 해 새로운 정부를 만들라고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뽑은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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