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뉴욕 증시에서 대부분의 업종이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한 필수 소비재 관련주들만 주가를 방어해 눈길을 끌었다. 켈로그(K)·캠벨수프(CPB)·JM스머커(SJM) 등 오랜 전통의 식품 회사들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 뉴웰브랜즈(NWL)가 전 거래일 대비 7.92% 오른 24.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웰브랜즈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콜맨’과 유아 용품 ‘누크’, 향초 브랜드인 ‘양키캔들’ 등 다수의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기업이다. ‘던킨도너츠’와 과일 잼 브랜드 ‘스머커스’ 등을 보유한 식품 기업 JM스머커와 켈로그·캠벨수프 등 식품 기업들의 주가도 2.5~3.5%씩 올라 52주 신고가를 일제히 새로 썼다. 또 ‘타이레놀’을 파는 존슨앤드존슨(JNJ)과 ‘펩시콜라’의 펩시코 역시 각각 0.54%, 0.76% 상승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이 전장 대비 524.41포인트(4.29%) 하락한 1만 1623.25로 거래를 마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132.10포인트(3.20%) 내린 3991.24로 마감해 2021년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4000 아래로 내려앉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견고한 주가 방어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먹거리와 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필수 소비재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날 S&P500지수 내 11개 업종 중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 마감했는데 단 하나, 필수 소비재 업종만이 0.05%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최근 유가가 오르며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에너지 업종(-8.3%)과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주목받았던 부동산 업종(-4.62%) 등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과 달리 필수 소비재만이 유의미한 주가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 미 증시의 급락장과 필수 소비재의 선방을 불러온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 필수 소비재 업종이 S&P 업종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한 횟수는 지난 20년간 총 8회에 그치는데, 대부분 글로벌 리세션(경기 침체)이나 신종플루, 극심한 소비 시장 부진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 물가 상승기에도 제품 가격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환경에서는 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는 ‘가격 전가력(Pricing Power)’이 높은 기업이 유리하다”며 “미국 증시에서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으로는 애플이나 코카콜라·코스트코 등 널리 알려진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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