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37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환율마저 널뛰면서 수입 물가가 폭등한 탓이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역수지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재정과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34.7% 늘어난 197억 7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28.7% 증가한 160억 5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37억 24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을 보면 10일 기준 배럴당 103.13달러로 1년 전 대비 36.39% 올랐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53.7% 증가했으며 가스와 석유제품 수입액도 각각 52.7%, 46.8% 늘었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 오름세와 맞물려 수입품에 대한 원화 지출액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연초부터 나타난 무역 적자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월별로 보면 무역수지는 올해 2월을 제외하고 매달 적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원화 약세 흐름마저 뚜렷해지고 있어 연말까지 무역수지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악재에 더해 중국 경기 둔화 흐름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라면서 “대외 악재에 대응할 방도가 마땅치 않아 최악의 경우 무역 적자 랠리가 하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쌍둥이 적자 우려도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미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70조 원 수준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신인도를 가늠하는 두 지표가 악화하면 국가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치며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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