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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53조…세수전망 잇단 오류로 불신 키운 기재부

■작년 62조 이어 또 '초과세수'

투자 발목 등 지출 비효율 초래

법인세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도

부산항 감만부두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12일 59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역대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5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초과세수가 자리잡고 있다. 당초 338조 6000억 원이었던 올해 국세 수입은 이번 추경에 따라 초과세수를 더해 392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가 너무 큰 규모로 자주 오류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재부는 올해 초 62조 원이 넘는 2021년도 세수 추계 오류를 뒤늦게 실토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기재부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기재부가 세수 전망을 고의로 적게 추산해 소상공인 지원금 규모 등을 일부러 낮추지 않았냐는 것이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나서 오류 원인 분석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세제실 쇄신 인사까지 단행했지만 불과 5개월도 안돼 또다시 대형 오류가 나타나면서 세제실 업무 능력 전반에 대한 불신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수 전망에 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규모가 크게 자주 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입 전망을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는 미국 방식으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문건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올해 4월까지 이미 납부된 법인세 증가액이 20조 원에 이른다”며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낸 데 더해 올해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근로소득세도 늘어 세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세수 오류 자체가 우리 세법 체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 등 특정 세목(稅目) 중심으로 세입 구조 쏠림 현상이 나타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초과세수 전망 53조 3000억 원 중 법인세 증액분은 29조 1000억 원으로 그 비중이 54.6%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에 돈을 거둬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썼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 국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당초 21.8%에서 26.2%로 5%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다. 올해 법인세가 정부 예상대로 더 걷힐 경우 올해 총 법인세 징수액은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가 세입에서 상당 부분을 법인세에 의존하고 또 이 법인세 대부분이 상위 1% 기업으로부터 걷히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2018년 문재인 정부 법인세 인상의 여파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향후 본격적으로 기업의 어깨를 짓누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세입 전망이 빈번히 틀리면서 예산 지출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가령 올해 세수 추계를 처음부터 제대로 했다면 연구개발(R&D)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더 늘리거나 국고채 발행 계획 물량을 연초부터 축소해 금리 인상을 제어하는 효과를 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잘못된 세수 추계가 우리 경제에 생각지 못한 ‘나비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 세제실 출신의 전직 관료는 “전 세계적으로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도 세수 전망의 오차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부 경제 전망을 1년에 두 번 나눠서 발표하듯이 세입 전망도 1년에 여러 차례 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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