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가 뒤늦게 루나 거래와 관련해 입출금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10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업비트가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단타·투기 수요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비트는 코인을 팔려는 투자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입출금을 바로 중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4일~13일 열흘간 비트코인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업비트 BTC마켓에서 이뤄진 루나 거래 금액은 총 1조 99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99%(1조 9780억 원)는 10일~13일 나흘 사이에 집중됐다. 루나 가격이 급락하면서 ‘패닉셀(panic sell)’ 및 저가 매수 수요 등이 폭증한 영향이다.
단기간 거래가 급증하면서 웃은 것은 암호화폐거래소였다. 거래량과 거래 금액이 폭증하자 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가 10일~13일 투자자들로부터 챙긴 수수료(매수·매도 각 0.25%)를 집계한 결과 그 규모는 약 99억 원에 달했다. 매매수수료를 떼는 것은 타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점유율이 70~80%에 달하는 업비트가 국내 4대 거래소 중에 유의종목 지정을 가장 늦게 한 데다 지정 후에도 입출금 거래를 중단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코인원과 코빗이 10일 각각 루나 입출금 일시 중단, 유의종목 지정에 나서고 빗썸이 다음 날 오후 5시 3분께 유의종목 지정, 5시 30분부터 입금을 중지했지만 업비트는 13일 오전에서야 입출금 거래를 정지했다.
업비트가 ‘늦장’ 대응을 하면서 국내 4대 거래소의 루나 전체 일일 거래량 중 업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루나 사태’ 직전인 이달 첫째 주 10%대 수준에서 10일과 11일, 12일 각각 87%, 75%, 99%로 급증했다. 타 거래소에서 입금 등이 제한되자 단타·투기 수요까지 업비트로 몰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비트는 11일~12일 이틀 동안에만 81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비트는 코인을 팔려는 투자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입출금을 바로 중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는 거래소이고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 가격 왜곡이나 시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출금 중단 시 ‘가두리’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업비트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 물량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매매가 반복됐다”며 “이때 입금이라도 막았다면 수요·공급이 맞지 않아 하락 속도가 늦춰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 감독 당국은 루나 사태가 터지자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코인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점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추진하기로 한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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