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은 사람의 외형을 닮은 것을 넘어 나의 표정을 읽고 반응하며 나를 기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지난달부터 엔씨소프트(036570)(NC)의 연구개발(R&D)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제희 최고연구책임자(CRO)는 16일 공개된 사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CRO는 2003년부터 20년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한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석학이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근골격계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이 CRO의 전공인 컴퓨터 그래픽스는 크게 △모델링 △렌더링 △애니메이션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그는 초창기부터 애니메이션 분야를 연구했던 멤버 중 하나다.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재능이 없어 대신 컴퓨터 그래픽스를 선택했다”며 “지난 29년간 사람을 컴퓨터로 표현하고 재현하고자 하는 꿈을 품고 연구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분야에서 애니메이션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 CRO는 “모델링·렌더링 분야와 달리 게임에서 애니메이션 분야는 지난 20년간 기술이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딥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해서 게임에 적용되는 애니메이션 기술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엔씨가 변화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CRO는 변화를 선도할 기술로 최근 산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휴먼’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휴먼이 향후 20년간 게임 산업을 이끌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20년 동안 가상과 가상 혹은 가상과 현실 간 ‘인터랙션(상호작용)’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뤄지는지가 게임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휴먼은 단순히 사람과 닮고 고정된 화면 속에 존재하는 정도를 넘어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인터랙션의 정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도화된 디지털 휴먼 기술이 엔씨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CRO는 “드라마를 예시로 든다면 출연하는 배우의 역량이 뛰어날수록 전체적 질이 높아지고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적어진다”며 “게임 안의 캐릭터와 게임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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