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23조 원 가까이 늘었지만 여전히 나라 살림은 45조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발행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900조 원을 넘어섰다.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보다 큰 만성화된 적자 구조임에도 재정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및 이슈 5월호’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국세 수입은 111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세입예산 343조 4000억 원(1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과 비교하면 진도율은 32.3%에 달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조 9000억 원, 소득세는 근로소득세를 중심으로 6조 7000억 원 각각 늘었다. 부가가치세도 소비·수입이 증가한 영향으로 같은 기간 4조 5000억 원 증가했다. 다만 유류세 인하로 교통세는 전년 동기 대비 1조 5000억 원 줄었다.
기금 수입은 보험료 수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 수입이 감소해 전년 동기 대비 5조 2000억 원 줄어들었다. 자산시장의 호황으로 이례적인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자산 수입이 감소했지만 평년 수준은 상회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3월까지의 총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조 3000억 원 늘어난 203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통합재정수지는 국세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금 수지 흑자 폭이 줄어 33조 1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45조 5000억 원 적자로 나타났다.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도 늘어 국고채 발행 잔액은 904조 3000억 원(4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이날 재정동향 자료에는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해 예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도 담겼다. 조세연은 보고서에서 주요 국가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2025년까지 중앙 부처 경상예산의 5%를 절감하기로 했고 프랑스도 5년 단위 공공재정계획법을 통해 올해까지 재정지출과 국가 채무를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3%포인트, 5%포인트씩 줄이기로 했다.
독일은 올해 재정지출을 4430억 유로(약 596조 원)로 제한해 전년 대비 19.1% 줄였고 2025년에는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올해 재정지출을 1%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우리나라 중기 재정계획은 여전히 방만하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국가 총수입이 연평균 4.7%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더 높은 연평균 5.5%로 잡았다. 적자가 고질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올해 1000조 원을 돌파한 뒤 2025년에는 1400조 원 선까지 단숨에 넘어서게 된다. 이에 올해 윤석열 정부가 수립하는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부처별 재량지출 10% 삭감을 의무화하는 등 세출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2022~2026 중기계획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이르면 6월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