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의 ‘FIMA 레포(Repo) 기구’를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 연준의 긴축 가속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고 외국인의 증권투자 자금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외화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혹시 모를 시장의 불안에 대비해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상설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금융·재정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19일 미 연준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급준비금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상설 FIMA 레포 기구의 이용실적은 ‘0달러’로 집계됐다. FIMA 레포 기구는 미 연준이 외국 중앙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다. 코로나19에 대응해 2020년 3월 31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가 지난해 7월 27일 아예 상설화했다. 다만 상설화 이후 한은을 포함해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한 중앙은행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말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를 앞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FIMA 레포 기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거래 한도도 600억 달러로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와 같다. 한은은 2020년 3월 19일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뒤 이를 이용해 198억 7200만 달러(누적 기준)를 시중에 공급했다. 2020년 5월 6일을 끝으로 추가 자금 수요는 없었으나 계약을 세 차례 연장한 뒤 지난 연말 종료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FIMA 레포 기구를 이용할 정도로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한 적이 없었다”며 “굳이 담보까지 주면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 연준이 추가 빅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는 미국과 새로운 방식의 달러 공급 제도 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통화스와프나 FIMA 레포 기구는 아니지만 필요한 때 미국으로부터 달러를 즉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유력하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 도입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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