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른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에 시동을 건다. 스타트업이 첨단 칩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고 고가의 칩 설계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키운다는 목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하로 운영 중인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ICS) 연간 예산을 2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정부가 투자해 문을 연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 연간 예산은 약 60억 원 이었다. 새 정부는 내년부터 120억 원 규모 예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인수위에 제출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대한 건의 사항을 반영해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는 지난 2년 동안 국내 시스템 반도체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IT 고도화에 따라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지만, 1.5% 남짓 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닌 우리나라 칩 설계 시장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센터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19개 기업을 선정하고, 2년 간 사무 공간 지원·칩 테스트·시제품 제작 등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했다.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설립 당시 선정한 16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6% 성장한 310억 원을 달성했다. 이들의 임직원은 같은 기간동안 67% 오른 367명으로 늘었고, 지원을 받는 동안 8개 기업이 754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내년도 예산이 추진안 대로 확정되면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는 생태계 조성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센터의 공간을 기존 200평 규모에서 약 6배 확대한 1200평 규모 확대 추진에 속도가 붙는다. 기존 10개에서 2배 늘어난 20개 칩 설계 스타트업이 이 공간 안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롭게 연구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 예산 확대에 따라 고가의 실험 장비를 들여오거나 반도체 시제품 생산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규모도 확대할 예정이다.
설계 프로그램 지원 사업도 따로 분리해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간 스타트업들은 칩 설계에 필수인 프로그램(EDA 툴) 가격이 수억 원대에 달해 큰 부담을 느껴왔다. 센터는 특정 권역 내에서는 자유롭고 저렴하게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버 인프라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예산 확대를 신호탄으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요즘은 총으로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로 전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대한민국을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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