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견제론’보다 ‘정권 안정론’에 공감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25일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23~2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인천시장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 유 후보가 47.3%를 기록해 박 후보(37.8%)를 9.5%포인트 앞섰다. 이정미 정의당 후보는 2.8%, 지지 후보 없음은 7.1%, 모름·무응답은 4.7%였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1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유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49.7%, 박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33.6%를 기록했다.
인천 유권자들은 6·1 지방선거의 성격과 관련해 정권 견제론보다 정권 안정론에 힘을 실었다. ‘새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이 52.3%로 집계됐다. 반면 ‘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등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8.9%에 그쳤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대에서는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정권 견제론에 공감하는 의견(56.1%)이 우위를 보였다.
지지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71.5%,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26.5%였다. 20대의 민심은 여전히 유동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18~29세의 경우 57.8%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선거 막판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표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지방선거 때 투표하겠다는 답변은 92.5%를 기록했다.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비율은 38.1%였다.
유정복 '민주당 텃밭' 계양·부평에서도 1.6%P 앞서
여야가 6·1 지방선거의 핵심 전력 지역으로 꼽고 있는 인천광역시의 지역 민심이 세대와 직업군에 따라 뚜렷하게 엇갈렸다. 대신 인천시의 권역별 판세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 전통적인 보수강세 지역은 결집이 강해지는 반면 야당 텃밭으로 불리던 권역은 보수와 진보 간격이 좁혀지는 양상이었다. 즉 윤석열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와 한미정상회담 등에 따라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한 선거 구도가 고스란히 지지율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25일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23~24일 인천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7.8%, 유 후보는 47.3%로 9.5%포인트 격차를 기록했다. 전체 구도에서 유 후보가 앞서 나가면서도 연령별로 보면 선두 경쟁은 치열했다. 박 후보의 탄탄한 지지층은 40대였다. 40대에서 박 후보는 58.7%의 지지를 받아 28.2%의 유 후보를 제쳤다. 반면 유 후보는 60대(68.5%), 70대 이상(75.0%)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0대에서는 박 후보가 유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초접전 양상을 기록했다. 20대의 후보 지지율은 박 후보 37.2%, 유 후보 37.8% 등의 순이었다. 대선 당시 바람을 탔던 ‘이대남(20대 남성)’ 현상은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유지되는 양상이었다. 이대남에서 유 후보는 53.8%의 지지율로 27.0%에 그친 박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20대의 격차를 줄인 것은 ‘이대녀(20대 여성)’ 표심이었다. 이대남과 반대로 이대녀에서 박 후보는 48.2%를 기록해 20.5%의 유 후보를 앞설 수 있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극명하게 갈라졌다. 화이트칼라는 박 후보를 45.4%, 유 후보는 34.5% 지지했다. 블루칼라는 박 후보 36.2%, 유 후보 46.3%로 정반대의 지지율을 보여줬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은 민주당 소속 현직 시장인 박 후보보다 유 후보(55.1%)를 선택했고 박 후보는 35.4%의 지지율에 머물러야 했다. 가정주부도 박 후보 36.3%, 유 후보 53.8%로 지지율 격차가 컸다. 학생층에서는 박·유 후보가 각각 43.3%, 43.9%로 접전 양상을 기록했다. 농임어업 종사자들의 지지율은 유 후보가(72.6%) 절대 강자였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27.4%에 불과했다.
박 후보와 유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권역별에서도 이어졌다. 원도심과 공단이 많은 지역인 중앙권(중구·동구·미추홀구)은 유 후보가 50.7%로 박 후보(35.8%)를 14.9%포인트 차이로 앞서 권역별 지지율에서 가장 큰 격차를 기록했다.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동구와 미추홀구는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각각 47.30%, 47.52%의 득표율로 이재명 후보를 눌렀던 지역이다. 보수층이 밀집된 서구와 강화군, 옹진군이 포함된 서부도서권도 유 후보(47.9%)가 박 후보(38.1%)를 가볍게 제쳤다.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영종국제도시 등 도시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서구와 중구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가 각각 50.94%와 46.81%를 득표해 윤 대통령을 따돌렸다는 점에서 ‘허니문 선거’의 영향이 표심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지만 인천의 강남으로 지칭되는 등 부촌이 밀집한 연수구가 포함된 남부권(연수구·남동구)에서도 유 후보는 49.0%로 박 후보(36.4%)보다 12.6%포인트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전체 지지율 2.8%에 그친 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해당 지역에서 4.9%를 기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지역 총선 후보로서 밑바닥 민심을 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동부권(부평구·계양구)에서도 박 후보가 40.7%를 기록해 42.3%의 유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우세한 상황이었다. 서울과 인접해 신혼부부 등의 젊은 세대가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 등에 따라 인구 유입이 많은 데다 호남 출신이 다수라서 민주당 텃밭이라고 불린 곳에서조차 유 후보가 앞서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통신 3사 가입자 리스트 무작위 추출을 활용한 무선(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5.7%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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