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물가 등 민생 현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대통령 주재 회의체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치솟는 물가를 잡는 일이 최우선 국정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문제 등을 다룰 ‘민생점검전략회의(가칭)’를 신설하는 안을 살펴보고 있다.
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며 실무는 기획재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문제를 우선 다루지만 물가 상승 여파가 산업 현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회의체에서 실물경제 전체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무적 성격의 의결 기구라기보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안팎으로 전달하는 정무적 협의체가 될 것”이라며 “경제수석실과 기재부를 중심으로 신설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물가 관리를 거듭 지목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13일 거시 금융 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매우 어렵다”면서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의 화두도 물가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별도 협의체까지 두려는 것은 인플레이션 쓰나미를 막지 못하면 정권의 명운이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년 동월 대비 3.3%로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근로자는 물가 상승에 대비해 기업에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불어난 임금 부담을 상품 가격에 전가하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의 활력을 저해할 여지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발(發)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만큼 부처 전체 역량을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면 물가 당국 이외 부처도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체 신설을 놓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부처 논리가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대통령 주재 회의체로는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주도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와 산업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될 예정이다. 대통령 주재 회의체 주관 여부가 ‘부처 파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재부도 서둘러 회의체 신설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 초 물가 관련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는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민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라며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과제 중심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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