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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호영 낙마가 남긴 교훈

김병준 바이오부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4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정 후보자 자녀들의 편입학 문제가 가장 큰 논란이 됐다. 국민들은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로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망감은 국민 절반 이상이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사퇴의 변에서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들이 경북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 해당 병원의 요직을 거친 정 후보자가 어떻게든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한 의과대학의 교수는 “병원의 분위기를 볼 때 병원장의 자녀란 사실을 주변에서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위 공직을 맡을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민 정서에는 어떻게 비칠지 몰라도 법·도덕·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문제가 없다며 버텼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김성태 전 의원도 자녀의 채용 청탁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힘 있는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관행으로 공고해진 사회 구조는 공정과 상식의 기치를 내거는 것 만으론 쉽사리 바꿀 수 없다. 시스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사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이 주체가 돼 사회 구조와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정치 권력 간 견제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은 지난 5년의 실패를 반복하는 꼴이 될 것이다. 정치 권력이 아닌 시민이 공정과 상식의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

‘시민의회’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시민의회를 출범시켰다.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의제에 대한 숙의 끝에 결론을 도출하면 의회가 이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시민의회가 정부와 입법 권력을 감시·통제·평가한다면 공정과 상식을 시스템으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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