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5년간 1000조 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뭉텅이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은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의 기치를 내걸고 투자·고용 여건을 조성하자 화답한 것이다. 10대 기업은 앞으로 5년간 국내에서 33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SK그룹은 2026년까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를 중심으로 247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 규모만 179조 원에 달한다. LG그룹도 앞으로 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 등 국내에만 총 10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투자 확대에는 포스코·GS·현대중공업·신세계도 동참했다. 포스코그룹은 2026년까지 친환경 소재 등에 국내 33조 원을 포함해 전체 53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GS그룹은 같은 기간 국내외에 총 21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21조 원, 20조 원을 미래 첨단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날 삼성그룹(450조 원), 현대차그룹(63조 원), 롯데그룹(37조 원), 한화그룹(37조 6000억 원), 두산그룹(5조 원)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11개 대기업이 4~5년간 약속한 투자 규모는 총 1060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인 607조 7000억 원보다 452조 9000억 원 더 많은 액수이며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인 1910조 7450억 원의 절반을 넘는다. 국내 투자 액수만 800조 원을 상회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목숨 걸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엄중한 경영 현실을 언급했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윤석열 정부의 ‘친(親)기업’ 행보에 깊은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0일 취임식과 만찬에 주요 그룹 총수들을 불러 투자를 당부했고 2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25일에는 ‘중소기업인대회’를 대통령실에서 열고 5대 그룹 총수를 재차 초청해 상생 의지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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