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옛 두산중공업)가 유럽에 위치한 원전 엔지니어링 자회사인 두산 밥콕을 프랑스 기업인 알트라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에서 이미 벗어났지만 산업은행 등과의 구조 조정 약속을 완전히 이행해 신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알트라드에 밥콕 지분 100%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약 1600억 원으로 알려졌으며 거래는 3분기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BDA파트너스가 매각 주관사를 맡아 딜 체결이 쉽지 않은 해외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밥콕의 본사는 스코틀랜드에 있으며 4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등지에서 발전·화공 플랜트 서비스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6년 밥콕을 일본 미쓰이그룹으로부터 약 1600억 원에 인수했는데 비슷한 가격에 매각하면서도 밥콕의 기술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두산 밥콕은 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보일러 원천 기술을 갖춘 세계 4대 기업 중 하나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 발전용 보일러를 공급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따라 밥콕 매각을 추진해왔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을 잇따라 매각해 올 3월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했고 최근에는 국내외 원전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영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두산 측은 향후 원전 사업을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밥콕 매각을 계속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개선된 미래형 원전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하반기 SMR 본제품 제작을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투자자와 미국 뉴스케일에 1300억 원을 공동투자하기도 했다.
알트라드는 2019년 영국 원자력발전소인 ‘힝클리포인트 C’ 프로젝트를 밥콕과 함께 수주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면서 영국 원자력청에서 켈햄 원전에 대한 산업 지원 서비스 사업권도 함께 확보한 바 있다. 알트라드는 유럽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나가는 기업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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