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이는 조짐에 뉴욕 증시가 강세로 마감하면서 다음 주 코스피의 반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중국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 증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시장에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반짝 상승에 그칠지 반등 랠리가 이어질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3포인트(0.05%) 오른 2639.2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5일 2700 선이 무너진 이후 약 한 달째 2500~2600의 ‘박스피’를 오가며 큰 변동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역시 전주보다 6포인트 내린 873.97로 마감돼 약보합세를 보였다.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증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시장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전쟁 등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 달러화 강세 진정 등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7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번졌다.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6.3%로 3월(6.6%)보다 오름 폭을 줄였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이 1.7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이 각각 2.47%, 3.33%씩 급등한 것이다. 3대 지수는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주간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하락하며 90년 만에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번 주 6.2% 올랐다. S&P500 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6.5%, 6.8% 상승하며 7주 연속 하락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다음 주 예고된 국내외 경제 지표의 움직임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월말 월초를 맞아 중국에서는 경기를 짐작할 수 있는 제조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미국에서는 ISM제조업지수와 고용보고서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5월 수출입동향이 발표된다. 모두 전월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증시 반등에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압력을 자극했던 무역적자가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중국의 경기도 반등이 기대된다”며 “이런 결과는 위안화·원화 강세 압력을 높이는 변화가 될 수 있으며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당분간 코스피 2600이 단기 지지선이자 중요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동 지수대를 크게 하향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시장은 점차 악재보다는 호재에 민감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유럽이 긴축을 시작하면서 달러 강세가 꺾이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9% 내린 101.64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의미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자산매입프로그램 순매수가 3분기 초반 종료되고 7월에 금리를 인상해 3분기 말 마이너스 금리가 종식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며 “독일과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로 금리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달러 강세가 제한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달러화 추가 강세 압력이 누그러질 경우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부담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급격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여타 경제지표보다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6월 10일)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밴드를 2550~2670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는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높은 자동차 섹터가 주로 거론됐다. 김영환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에 따른 출하량 증가가 기대되는 자동차·전장 분야와 신작 모멘텀이 풍부한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중원 연구원 역시 “달러화 상승은 숨 고르기에 진입했지만 당분간 달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마진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IT 가전과 자동차 등 수출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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