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픈 (대리) 투자체험기, 대망의 마지막회입니다. 남편(취재원)의 스테픈 운동화 투자가 한 달에 접어들었습니다. 한 달 차가 되면서 취재원은 기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알아냈죠. 우선 남편은 지난 5월 26일 기준 9솔라나(SOL) 가량을 벌었습니다. 운동화를 수리하고 업그레이드 하고 남은 코인이 이만큼입니다. 5월 26일 기준 1SOL은 6만1000원이었고 76만원 가량을 벌었습니다. 스테픈 투자는 ‘운동화 수리’와 ‘업그레이드’라는 재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취재원은 운동화 수리를 거의 매일 했다고 해요. 업그레이드는 레벨 5에서 시작해 현재 레벨 9까지 올린 후 이제 원금을 모두 회복할 때까지 더 이상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남은 코인이 9SOL 입니다.
이런 속도라면 운동화 값 220만 원을 모두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듯하네요. 투자라는 게 원금을 회복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시간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는 솔라나 가치가 1SOL당 10만 원 대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루나 사태로 전 세계 모든 코인이 폭락하고 있거든요. 5월 25일 기준 1SOL은 6만1000원 대입니다. NFT 운동화를 다소 비싸게 샀으니 원금을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주변을 보니 원금 회복은 물론이고 이미 수익 단계에 돌입한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스테픈으로 어떻게 돈을 번 걸까요? 우선 스테픈의 수익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방법 1. 내가 산 NFT 운동화 되팔기 : 처음 산 운동화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 운동화를 팔아서 차익만큼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입니다. 대신 NFT 운동화의 가격이 상승해야 의미가 있겠죠?
??방법 2. 운동을 해서 채굴한 코인을 현금화 하기 : 운동을 할 때마다 코인을 벌 수 있습니다. 이 때 번 코인을 현금화 해서 돈을 버는 건데요, 이 역시 운동화를 구입한 가격 이상 돈을 벌어야 의미가 있을 겁니다.
듣기엔 무척 쉬워 보이죠. 그래서 열심히 달려서 코인을 채굴해서 현금화하고 내가 산 운동화를 팔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아주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후발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운동화를 산 후 팔려고 내놨는데 아무도 안 사면 운동화를 팔 수가 없잖아요. 산 가격이 220만 원인데 200만 원에 내놔도, 100만 원에 내놔도 안 사면 그 돈은 날려버리는 셈이죠.
“열심히 운동을 해서 코인을 채굴해서 돈을 벌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요, 같은 맥락입니다. 스테픈에서 채굴되는 코인은 스테픈 이용자들이 있어야 활용되겠죠. 사람들이 이 코인을 매수하는 이유는 스테픈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인데, 스테픈이 인기가 없다면 해당 코인을 매수할 이유도 사라지겠죠. 그래서 이용자가 열심히 백날 운동을 해서 채굴을 해도 그 코인을 현금화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바로 혹자들이 스테픈을 ‘다단계’라고 비아냥 거리는 이유죠.
그렇다면 스테픈 투자자들은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위의 스테픈 하루 신규 가입자 추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처음 스테픈이 시작된 2~3월에 비해 현재 하루 신규 유입자는 10배 이상 많습니다. 그래서 3월 정도까지 가입한 분들은 투자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동화를 공들여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해 가꿔서 내놓으면 살 사람이 많았잖아요. 특히 한참 언론 기사가 많던 4월에는 신규 유입자가 급증했고, 취재원 역시 이 무렵에 투자를 시작했죠. 또 운동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빨리 벌 수 있기 때문에 초반 이용자들은 운동화를 3족 이상 갖고 있기도 했어요. 이런 운동화들이 시장에 나오고, 후발 투자자들이 해당 운동화를 구매하면서 지금까지 투자가 유지돼 왔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과연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들어올까? 그건 앞으로 스테픈 서비스 운영자들의 전략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최근 스테픈은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협업해 NFT를 발행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방식은 기존 이용자들의 ‘팬심’을 더욱 두텁게 하고 신규 이용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수단이 되죠. NFT 지속 가능성의 기본은 ‘팬심’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고가의 미술품을 사듯 사람들은 다양한 협업 브랜드 NFT 운동화를 사고 싶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돌 기획사가 NFT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바로 이 ‘팬심’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점에서 스테픈 운영자들이 굉장히 ‘고단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테픈과 같은 NFT 투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사한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움직이면서 돈을 버는 M2E(Move to Earn)이라는 구조인데요. 국내 기업도 M2E 서비스를 속속 내놓을 예정입니다. 스테픈과 유사하게 NFT 운동화를 구매하는 ‘코인워크’는 다음달 초 베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인데요, 인공지능 기업 알체라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조인트벤처 팔라가 이 서비스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요. 또 애완동물과 함께 운동하거나, NFT 운동화를 빌려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사하면서도 더 재미있는 서비스가 많이 나올수록 스테픈의 이용자는 줄어들 수 있죠. 이런 현상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신호는 아닌 듯합니다.
특정 투자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투자 결과는 각종 변수의 조합으로 결정되기 때문이죠. 내가 열심히 운동만 하면 돈을 준다? 그런 자선사업가는 세상에 별로 없지 않을까요. 다양한 변수로 아무리 운동을 해도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또 반대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늘 리스크의 가능성이죠. 이렇게 잘 해줄 때는 분명 뭔가 있다고 의심하길 바랍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바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