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등 명품 매장이 들어서면서 낙후된 공장 지대에서 MZ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된 성수동.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상의 지역으로 꼽히는 성수동에 최근 휴롬의 팝업 스토어 'BUEOK by Hurom'이 문을 열었다.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건강한 맛’ 음료를 판매하면서 단번에 ‘성수동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MZ세대에 친숙하지 않은 휴롬의 성수동 팝업 스토어는 휴롬의 변신과 변신에 대한 의지다.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재원 휴롬 대표는 “그동안 4050 주부를 주요 타깃으로 홈쇼핑 판매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미래 구매층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 것”이라며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를 만들어 올해는 매출 15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대표는 “성수동이라는 지역을 시작으로 MZ세대들이 휴롬을 접하고 건강에 대해 친근하게, 새롭게 알아가고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롬은 어린이들이 휴롬을 비롯해 건강 음료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테마파크 키자니아에 '채소과일 연구소'를 오픈하기도 했다. 버거킹이 현재의 소비자인 직장인을 공략할 때 미래 소비자인 어린이를 공략한 맥도날드와 유사한 마케팅 전략이다.
휴롬은 올해 원액기의 불편한 점을 대폭 개선해 라인업을 확장하는 한편 다양한 가전 라인업을 계획 중이다. 최근 원액기와 블렌더를 하나의 본체에 ‘2 in 1’으로 이용할 수 있는 ‘M100’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블렌더 살까, 원액기 살까 고민하시는 부분을 잘 알고 있었고, 하나의 제품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1인 가구 등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와 무게는 작지만 핵심 기능은 그대로 담은 ‘한 뼘 원액기’ H310를 비롯해 에어프라이어오븐 등 주방가전제품도 선보였고, 하반기에 새로운 신규 상품군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휴롬의 성장세는 주춤했지만 2019년부터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해 코로나에도 2020년 2021년에는 호실적을 거뒀다. 휴롬의 2019년 매출액은 713억 원, 2020년은 1183억 원, 2021년은 약 1300억 원 규모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0억 원을 높여 잡은 1500억 원이다. 코로나에도 호실적을 거뒀고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과 신제품을 통해 호실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휴롬은 국내 비중이 높을 것 같지만 해외 비중이 50%에 달한다. 그는 “차별화된 제품력을 기반으로 88개국에 수출, 전세계 슬로우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독일, 미국, 중국, 일본 등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현지 영업 체제를 갖추고 자사몰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을 전략적으로 강화했고, 어느 한 권역에 편중되지 않고 주요 권역별로 매년 고르게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휴롬이 코로나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원액기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휴롬은 창업주이자 김 대표의 아버지인 김영기 회장의 품질에 기반한 안전성 우선이라는 경영철학을 철저하게 지켰다.
‘2세 경영인’인 김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아버지의 경영 수업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경영을 시작했지만 마케팅 업무로 회사 일을 시작한 그는 이제 휴롬의 가장 약한 부분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강화하면서 서서히 경영 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착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지난해에는 ‘청과원’을 통해 과일유통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것은 대표의 장기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 종합건강가전기업을 넘어서 음식료(F&B) 사업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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