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조사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없애거나 줄이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배포한 예산안 작성 지침에서 재량지출 10% 의무 감축을 추진하는 등 재정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기재부는 최상대 2차관 주재로 2022년 제1차 보조금관리위원회를 열고 전체 평가 대상 500개 중 261개 사업(52.2%)을 폐지·통폐합·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 규모는 2020년(36.1%)과 2021년(43.2%)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연장 평가 제도가 도입된 후 역대 최대다. 나머지 239개 사업은 사업 방식을 변경(207개)하거나 정상 추진(32개)하기로 했다.
먼저 수혜 범위가 좁거나 국고 지원 필요성이 저조한 사업 46개는 과감히 폐지한다. ‘코넥스시장 활성화 지원’ 사업은 상장기업 수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실수혜자가 줄어들면서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광역버스 안전 및 서비스 개선 지원’과 ‘광역버스 공공성 강화 지원’ 등 2개 사업은 목적이 같아 통폐합한다. 사업 효과성이 미흡하거나 집행이 부진한 사업 213개는 사업 규모를 감축한다.
이번에 의결한 보조금 연장 평가는 이달 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하는 2023년 부처별 예산요구안에 반영되고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결정된다. 최 차관은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와 고령화 추이를 감안할 때 재정의 역할 수행과 건전성 간 조화가 중요하다”며 “보조사업 정비를 추진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지난해 민간으로부터 거둬들인 부담금이 전년 대비 6.2%(1조 2000억 원) 늘어난 21조 4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부담금은 세금은 아니지만 공익사업과 연계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도 불린다. 부담금의 규모가 늘어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54개 부담금에서 1조 7000억 원이 늘었고 31개 부담금에서 5000억 원이 줄었다. 부담금이 늘어난 것은 주택 금융 수요 확대에 따른 보증 규모 증가, 석유화학 산업의 회복에 따른 석유제품 수입 증가 등의 영향이다.
정부는 전체 부담금 21조 4000억 원 가운데 중앙정부 기금과 특별회계 재원으로 18조 3000억 원, 지방자치단체에 2조 4000억 원, 공공기관에 7000억 원이 각각 귀속됐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금융 분야에서 가장 많은 5조 4000억 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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