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규모 인력 채용을 공언하면서 HR(인적자원 관리) 관련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이 인력 플랫폼을 통해 고용하는 경우는 제한적이지만 대규모 투자로 고용 시장에 활력이 붙으면 고용 연쇄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달 초 이후 주가 흐름이 좋지 못했던 채용 플랫폼들이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람인에이치알(143240)은 27일 전날보다 500원(1.25%) 내린 4만 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람인에이치알은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인재 채용 계획을 밝힌 25일 이후 이틀간 5.24% 상승한 이후 소폭 하락 전환했다. 원티드랩(376980)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00원 내린 2만 7200원에 장 마감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사람인에이치알 독점 시장에 원티드랩이 뛰어들면서 생긴 경쟁 체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기업들의 대규모 고용 계획이 발표되며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SK·현대차·LG·롯데는 추후 5년간 국내에서 최소 26만 명을 신규로 직접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투자로 인한 간접고용 효과까지 감안하면 수백만 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인에이치알은 리크루팅 플랫폼 ‘사람인’을 운영 중이며 채용 대행 및 컨설팅 서비스, HR 분야 연구 등을 진행하는 기업이다. 원티드랩은 인공지능(AI) 엔진으로 구인 회사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구현한 회사다.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플랫폼으로 채용이 완료된 합격자의 70%가 디지털 직군일 만큼 IT 업계에 특화돼 있는 플랫폼이다.
증권가는 사람인에이치알·원티드랩 등 구인구직 플랫폼이 대기업의 투자로 인한 고용유발 효과의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한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고용시장 활성화가 중소형 기업들에게도 낙수효과처럼 퍼지면서 구인·구직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동환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대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공고를 내지는 않지만 채용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면서 구인구직 플랫폼이 수혜를 같이 볼 것으로 전망한다”며 “온라인 (고용) 매칭 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경쟁 심화보다는 동반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HR 관련주는 ‘리오프닝’ 관련주로 구분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고용노동부 취업 포털 워크넷에 따르면 기업의 신규 구인인원은 매월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4월 구인인원은 27만 5000여명으로 지난해 4월 대비 18.8% 상승했다. 오 연구원은 “위축돼 있던 국내 채용 시장이 올해에 빠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 채용 플랫폼 시장 역시 올해 고성장이 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가치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도 HR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원티드랩 지분 6.38%를 보유 중이었지만, 1분기 중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율은 7.43%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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