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가장 요인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역시 위험 요인으로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나 긴축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영향력도 큰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 따르면 금융기관 종사자 80명 34.2%가 금융시스템 1순위 위험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꼽았다. 이외에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15.2%)’,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11.4%)’, ‘시장금리 급등(10.1%)’ 등이 뒤를 이었다. 위험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5개 위험 요인(복수 응답)을 단순 집계한 조사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79.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대부분이 1년 이내 단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물가나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시장금리 급등 등은 발생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도 크다고 봤다. 반면 가계 부채는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만 실제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 리스크 수준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 조사 때보다 높다고 봤다. ‘매우 높음’ 또는 ‘높음’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12.5%에서 26.9%로 상승했다.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중은 38.8%에서 32.1%로 소폭 하락했다.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기 충격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음’과 ‘높음’이 36.1%에서 32.9%로 소폭 떨어졌다.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물가안정, 가계 부채,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관리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응답했다. 물가는 통화정책 완화 수준 축소에 대해 시장에 분명하고 일관된 신호를 전달하는 등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과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수 있는 만큼 충당금 적립, 자본 확충 등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