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틈틈이 미리미리 해두면 마감일이 다가와도 초조함이 없다. 그러나 숙제를 미루다보면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31일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한은 블로그에 남긴 ‘2022년 5월 기준금리 인상 배경’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해 주요국 가운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봤다가 뒤늦게 긴축에 나서면서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 국장은 숙제에 빗대어 선제적 통화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홍 국장은 이달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으로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물가, 국내 경기 회복세,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감 등을 들었다. 미 연준이 6월과 7월에 빅스텝(정책금리 0.50%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흥국의 취약 요인이 외국인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이 될 수 있어 대외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했다.
물가나 성장률은 홍 국장과 함께 블로그에 글을 남긴 김웅 조사국장이 ‘2022년 5월 경제전망 주요 내용’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1.4%포인트나 크게 높였다. 원자재 가격의 큰 폭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 심화,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모두 커졌다는 것이다. 반면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소폭 낮췄다.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 중국 봉쇄조치 등을 감안했다.
홍 국장과 김 국장 모두 당분간 성장보다는 물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 국장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적었다. 김 국장은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물가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흐름이지만 물가는 수개월 간 5% 이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어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부터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담은 ‘블로그’를 운영한다. 홍 국장이 김 국장과 함께 첫 타자로 나선 것이다. 한은 임직원이 개인 견해를 별도로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는 통화정책국장이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이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것은 지난달 취임한 이창용 총재가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형식 자체도 이 총재가 직전까지 근무했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IMF는 직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견해 등을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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