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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용 '선밸리 모임' 참석 가닥…6년 만에 글로벌 네트워크 재가동

■ 美서 열리는 IT거물 회의로

글로벌 회의에 한국인 유일 초청

8개월 만에 방미…文땐 5년 불참

투자금 늘려 '450조 실탄' 충분

시스템 반도체 인수 모색 가능성

美정부 관료들까지 두루 만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세계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5년간 45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약속한 만큼 이 부회장이 이번 행사에서 시스템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M&A)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정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7월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코 콘퍼런스’에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2016년 이후 6년 만의 참석이다. 미국 방문 자체는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행사는 미국 투자은행(IB)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다. 지명을 따 선밸리 콘퍼런스라고도 부른다. 첨단 산업과 투자 업계 거물들을 주로 초청하기에 ‘억만장자 사교 클럽’이라는 별칭도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설립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이 주요 참석자다.

이 행사는 단순 사교 활동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의 수장들이 M&A나 협력 체계 구축 등을 논의하는 장으로도 유명하다. 베이조스 창업자의 2013년 워싱턴포스트 인수, 디즈니의 1996년 ABC 방송사 인수 논의 등이 모두 이 자리에서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쿡 CEO와 직접 만나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외 지역 스마트폰 특허 소송 철회 계기를 마련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거의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하다가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7년부터 발길을 끊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 가운데는 올해도 이 부회장만 유일하게 초청 자격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시스템 반도체 관련 M&A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TSMC를 제치고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적기 투자와 규모의 경제를 동반하지 않으면 2019년 이 부회장이 공언한 구상은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

실탄도 충분하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앞으로 5년간의 투자 금액을 문재인 정부 때보다 30%(약 120조 원)가량 늘린 450조 원으로 잡아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7년 초 미국 전장 기업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이 부회장은 5월 2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마주하고 30일에는 서울 서초 사옥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과 만나 저녁 식사까지 함께했다.
‘취업 제한’ ‘재판 일정’ ‘민간 사교 명목’ 등이 출국에 걸림돌로 지목되는 만큼 이 부회장이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과 함께 미국 정부 관료들과의 공식 만남 일정을 병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현재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는 일일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1심 재판에도 매주 출석하고 있다.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으로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한 명분은 충분히 세웠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3월 백악관에서 주재한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초대하기도 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착공식 등 산적한 현지 현안도 방미 일정의 변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답방 기간과 겹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재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르면 7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제 사절단에 포함되면 선밸리 콘퍼런스를 위한 출국 부담도 한결 줄어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일정을 공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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