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서학 개미들은 낙폭이 과대했던 미국 기술주를 사들이는 동시에 기술주(나스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도 쓸어담는 등 혼란한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채권·회사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을 집중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국내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테슬라(TSLA)’였다. 지난 3월까지 주당 1200달러까지 치솟으며 고공 행진했던 주가가 금리 인상과 중국 봉쇄 등의 악재로 단기간에 6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자 단기 반등을 기대하는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테슬라는 낙폭이 과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지난 한 주간 12.38% 오르는 등 주가를 일부 회복했다.
서학 개미들은 애플(AAPL)과 알파벳(GOOGL) 등 낙폭이 컸던 대형 빅테크 기업도 각각 1508만 달러, 996만 달러 어치 사들이며 변함없는 기술주 사랑을 과시했다. 애플과 알파벳 역시 지난 한 주간 5.83%, 7.64%씩 상승하며 서학개미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반등에 5500만 달러(약 689억 원)를 투자한 서학 개미들은 미국 나스닥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도 비슷한 규모로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나스닥 100지수의 하락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쉐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를 5304만 달러 어치 쓸어담은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기술주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서학 개미들의 투자 방향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거 담고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락을 3배로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SOXS)’와 대형 기술주인 ‘FANG’ 주식의 하락에 3배 베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스 FANG 3X 인버스 레버리지 ETN(FNGD)’도 각각 471만 달러, 316억 원치 사들여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지난주 나스닥이 반등을 시도하며 이런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14%~-26%씩 내리는 등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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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주는 증시 혼란기 속 금리 인상까지 본격화되자 안정적인 채권 ETF를 담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중간등급 회사채를 담는 ‘뱅가드 인터미디어트-텀 회사채(VCIT)’, 미국의 다양한 채권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US 애그리게이트 본드 ETF(AGG)’, 미국의 20년물 이상의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국 20년+ 국채(TLT)’, 글로벌 국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뱅가드 토털본드마켓(BND)’ ETF에 골고루 자금이 유입됐다.
한편 주가 급등을 노리며 성장주를 사들이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지난주 서학개미들은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으로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스냅(SNAP)을 592만 달러 어치 매수하며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염병인 원숭이두창의 확산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가테크놀로지에도 659만 달러가 몰렸다. 시가테크놀로지는 지난주 주가 상승률이 38.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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