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널뛰는데도 15년째 변하지 않는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은 조세 경쟁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과표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 부처와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는 2008년 월평균 19만 9740원에서 2020년 42만 2540원까지 늘었다. 연평균으로 따져보면 6.4%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세전 월 급여 상승률은 연평균 2.8%에 그쳤다.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배 이상 웃돈 것이다.
세 부담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원인으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과세표준 체계가 우선 지목된다. 정부는 △1200만 원 이하(세율 6%) △4600만 원 이하(15%) △8800만 원 이하(24%)를 기준으로 2008년 소득세 과표 구간을 나눴는데 이 틀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월급이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오르면 소득세 과표 구간이 상향 조정돼 자연히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 근로자가 종전까지는 4600만 원 이하 과표 구간에 포함됐다가 통상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4600만 원 초과 과표 구간에 편입되면 적용 세율은 24%로 올라간다. 특히 올해 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 터라 일반 직장인의 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과표 손질을 미루면서 사실상 증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결산 기준 근로소득세수는 47조 2000억 원으로 2016년(31조 원)과 비교해 16조 2000억 원 더 걷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는 오르고 경제 규모는 매년 커지는데 과표 구간을 그대로 두다 보면 자연히 증세가 된다”며 “적어도 물가 상승에 따라 소득이 오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이 늘지 않도록 세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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