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한 달 만에 16억 달러나 줄어들면서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 등 각종 불안 요인으로 환율 변동 폭이 커지자 외환 보유액을 통해 시장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4477억 1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5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외환 보유액은 석 달 연속 줄어들면서 2021년 2월(4475억 7000만 달러)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인 지난해 10월 말(4692억 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15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
외환 보유액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미 연준의 긴축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5월 12일 장중 1291원 50전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변동 폭이 확대됐다. 이에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도 늘어났다.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1분기 외환 보유액 감소액(53억 달러) 가운데 50억 달러가 매도 등 거래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4493억 달러로 85억 달러가 줄어 세계 9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4516억 달러로 전월보다 4억 달러 늘면서 우리나라를 제쳤기 때문이다. 중국(-683억 달러)과 일본(-339억 달러), 스위스(-330억 달러) 등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세계 10위권 국가 대부분은 외환 보유액이 크게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 달러화 가치 변동이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 가치가 소폭 약세를 보이면서 외환 보유액 감소 폭은 축소됐다.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 미국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보유한 외화 자산의 환산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5월 말 101.67로 4월 말 103.62 대비 1.9% 하락했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국채·정부기관채 등 유가증권은 4104억 9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73억 3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이 미 국채 등을 팔아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예치금이 218억 6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56억 1000만 달러 늘어나면서 감소 폭을 상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과 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각각 1억 달러, 3000만 달러 늘면서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 9000만 달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